피아니스트 임현정 국내 첫 리사이틀 ★★★
23일 한국 첫 리사이틀을 대범하고 독특한 해석의 연주로 채운 피아니스트 임현정. 마스트미디어 제공
‘왕벌의 비행’으로 조회 수 37만 건을 넘은 유튜브 스타, 세계적 음반회사 EMI에서 나온 데뷔 앨범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집, 한국인 최초의 빌보드 1위…. 음악계에서 잇달아 사건을 일으킨 그는 이번엔 음악애호가들의 호불호를 극명하게 갈라놓았다.
검은색 바지를 입고 등장한 그는 곧바로 첫 음을 울렸다. 강약을 대범하게 조절한 라벨의 ‘고귀하고 감상적인 왈츠’는 시작에 불과했다. 이어진 쇼팽의 발라드 4개와 베토벤 피아노소나타 29번 ‘하머클라비어’는 기존의 연주와 완전히 다른 숨 가쁜 템포와 독특한 해석으로 고개를 갸우뚱하게 했다.
주저함 없이 과감하게 나아가는 임현정의 발걸음을 뒤쫓기에는 관객의 호흡이 너무 가빴다. 일부는 다른 연주자들과 확연히 구분되는 음악 세계를 만들어 간다고 환영한 반면, 감정 과잉과 납득하기 어려운 해석이라고 고개를 가로젓는 이들도 여럿이었다.
임현정은 7곡의 앙코르를 선사했는데, 피아니스트로서 그의 면모는 앙코르에서 더 빛나지 않았나 싶다. 특히 드뷔시의 ‘달빛’, 그가 직접 편곡한 밀양아리랑 주제에 의한 변주곡에서는 절제된 감정과 기교가 어우러지면서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리사이틀이 끝난 뒤 콘서트홀 로비에는 임현정의 사인회를 기다리는 줄이 길게 늘어섰다. 화제성과 시장성은 이미 갖춘 이 젊은 피아니스트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궁금해진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