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성 김종영 ‘통찰’ 전
자연스러움이 살아있는 조각가 우성 김종영의 ‘작품 80-4’(위)와 그가 추사의 그림을 새롭게 해석한 ‘세한도’. 김종영미술관 제공
올해는 우성이 1953년 영국 런던 테이트미술관 국제조각공모에 출품해 입상한 지 60년이 되는 해. 한국 현대조각의 존재를 국제적으로 널리 알린 계기를 자축하는 이 전시는 조각과 관련된 스케치를 나란히 선보여 사색의 전개 과정을 접할 수 있다. 우성은 “작품 이전에 진행되는 모든 정신적 과정을 요약한 것이 데생의 본질”이란 신념 아래 숱한 드로잉을 남겼다. 방 하나를 채울 정도로 유별나게 많은 자화상을 그렸다는 점에서는 예술가로서의 강한 자의식을 읽어낼 수 있다.
서양미술을 전공해 33년간 서울대 미대 교수로 재직했던 우성이 전통과 고미술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완성한 서화 작품을 감상하는 재미가 무엇보다 쏠쏠하다. 자기 수양의 도구로 삼아 외부엔 공개하지 않았던 서예 작품에는 인문적 향기가 짙게 배어있다. 겸재 금강산도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수채화 작품, 추사 세한도를 모티브로 한 그림에는 동서양 미학을 아우른 우성의 식견과 창의적 역량이 스며있다.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