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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로 불러낸 100년전 우리 얼굴

입력 | 2013-05-28 03:00:00

사진작가 천경우 전




100년 전 사진을 모태로 한 사진가 천경우의 ’해석자들’. 가인갤러리 제공

사진가 천경우 씨의 작품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제작 과정에 대한 사전 이해가 필요하다. 장기노출로 찍어 초점이 흐릿한 사진들은 시간의 흐름과 사진가의 행위 자체가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서울 평창동 가인갤러리가 기획한 이번 개인전에서 작가는 최신작 ‘해석자들’ 연작을 발표했다. 1900년대 초반 이름 없는 한국인의 초상사진을 현대에 호출한 작업으로 동서양 시공간이 한데 뒤엉켜 있다.

그는 빛바랜 흑백사진을 독일 브레멘에 사는 화가 10명에게 보여주고 그림을 그려달라고 요청했다. 유럽 화가들이 작품을 들고 서있는 동안 작가는 대화를 나누며 장기노출 기법으로 그림을 촬영했다. 최종 결과물은 사진인지 그림인지 알 수 없을 만큼 어렴풋한 이미지다. 최초의 사진 속 주인공, 그 앞의 사진가, 사진을 회화로 옮긴 유럽 화가, 이를 사진으로 기록한 천경우까지 네 사람의 만남이 한세기의 시간을 뛰어넘어 사진 한 장에 녹아든 것이다.

인물사진 20장으로 구성된 ‘세바스티안’ 프로젝트도 흥미롭다. 스페인 북부 도시 산세바스티안에 가서 세바스티안이란 이름을 가진 사람들을 모집한 뒤 르네상스 회화에 등장하는 성 세바스티안과 같은 자세로 사진을 찍었다. 사람과 이름의 관계에 대한 작가의 관심을 반영한 작업이다. 31일까지. 무료. 02-394-3631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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