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작가 천경우 전
100년 전 사진을 모태로 한 사진가 천경우의 ’해석자들’. 가인갤러리 제공
서울 평창동 가인갤러리가 기획한 이번 개인전에서 작가는 최신작 ‘해석자들’ 연작을 발표했다. 1900년대 초반 이름 없는 한국인의 초상사진을 현대에 호출한 작업으로 동서양 시공간이 한데 뒤엉켜 있다.
그는 빛바랜 흑백사진을 독일 브레멘에 사는 화가 10명에게 보여주고 그림을 그려달라고 요청했다. 유럽 화가들이 작품을 들고 서있는 동안 작가는 대화를 나누며 장기노출 기법으로 그림을 촬영했다. 최종 결과물은 사진인지 그림인지 알 수 없을 만큼 어렴풋한 이미지다. 최초의 사진 속 주인공, 그 앞의 사진가, 사진을 회화로 옮긴 유럽 화가, 이를 사진으로 기록한 천경우까지 네 사람의 만남이 한세기의 시간을 뛰어넘어 사진 한 장에 녹아든 것이다.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