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6일 개봉 ‘마이 라띠마’로 감독데뷔 유지태
유지태 초보 감독은 “관객이나 평론가가 별 두 개를 주어도 관심의 표현이라고 생각해 감사하게 느낀다”고 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27일 오전 서울 동작구 사당동 아트나인시네마에서 감독 유지태와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올드보이’ ‘봄날은 간다’로 성공한 배우이지만 초보 감독의 길은 험난했다. 4억 원의 저예산으로 찍은 영화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지난해 겨울 3개월 동안 찍었는데 고생 원 없이 했어요. 체감온도 영하 40도에서 패딩 점퍼 두 벌을 껴입고 찍었죠. 룸살롱을 빌려 찍다가 시간이 다 돼 쫓겨났어요. 휴대전화 매장에서는 시간이 지났는데도 안 나가자 경찰을 불렀어요.” 그는 “배우 시절에는 영광과 환희를 모두 독차지했었지만, 이번에는 감독 의자도 없이 찍었다”고 했다.
시나리오는 15년 전에 완성했다. 원래는 어촌의 미혼모가 주인공이었지만 요즘 상황에 맞춰 다문화 여성으로 바꿨다. “서민의 아픔을 그려보고 싶었어요. 왜 어른들은 억척스러워질까. 백옥 같은 손에 스며든 굳은살과 주름을 그려보고 싶었죠.”
저예산 영화이지만 유 감독은 화려한 영상 테크닉을 구사한다. 장면 전환과 시간의 흐름을 나타내는 영상기법은 수준이 꽤 높다. “독립영화는 한 신, 한 테이크로 쉽게 찍는다는 선입견이 싫었어요. 저예산 영화도 상업 영화에 못지않은 기법을 써야 경쟁력이 생깁니다.”
그는 단국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하고 중앙대 첨단영상대학원을 나왔다. 그는 1998년 ‘바이준’으로 데뷔할 때부터 감독을 꿈꿔 왔다고 했다.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들었던 감독들을 좋아했어요. 박진표, 변영주, 임순례 감독 등요. 하지만 고발 영화를 만들어도 예술성이 가미된 영화가 좋다고 봐요. 이번 영화가 그렇습니다.”
그는 데뷔작으로 성과를 인정받는 행운을 누리고 있다. 몬트리올 국제영화제, 도빌 국제영화제 등에 초청받았다. “아유, 한참 부족해요. 별 다섯 개 만점에 별 두 개를 준 평론가와 관객을 보며 겸손해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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