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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래드쇼-오헤어 “정부서 아동행복 외면땐 성장동력 꺼진다”

입력 | 2013-05-29 03:00:00

바닥권 ‘한국어린이 행복지수’에 놀란 아동복지학계의 거장
“행복감, 아프리카국가보다 뒤져 충격… 한국은 성장과정에 별 관심없는 듯
아동정책 투자 늘려 행복도 높여야”




조너선 브래드쇼 영국 요크대 교수(왼쪽)와 아동지수 ‘키즈 카운트’를 설계한 윌리엄 오헤어 애니케이시 재단 수석컨설턴트가 28일 동아일보 사옥을 방문해 한국 어린이의 삶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한국 어린이가 아프리카 어린이보다 덜 행복하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한국 정부가 심각성을 인정하고 아동에 대한 투자에 나서지 않으면 성장동력이 꺼질 수 있다.”

‘아동복지학계의 거장’으로 불리는 조너선 브래드쇼 영국 요크대 교수와 세계적인 아동지수 ‘키즈 카운트’를 최근까지 주관했던 윌리엄 오헤어 애니케이시 재단 수석컨설턴트의 말이다. 이들은 세이브더칠드런, 서울대 사회복지연구소가 공동 주최하고 본보가 후원한 ‘2013 한국 아동 삶의 질에 관한 국제심포지엄’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두 사람은 28일 발표된 ‘국제어린이행복종합지수’ 결과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8개국 1만4030명을 대상으로 한 어린이 행복감 조사에서 한국이 7위에 그쳤고, 경제력이 5분의 1 수준인 알제리 어린이보다도 낮았기 때문이다.

▶본보 28일자 A17면 스마트폰 가진 한국 어린이, 행복지수는 8개국 중 7위 그쳐

오헤어 수석컨설턴트는 1966년부터 2년간 경기 의정부에서 미군 헌병으로 근무한 바 있다. 그는 “그때와 비교하면 지금 한국 어린이들은 배를 곯지 않는다. 그런데도 행복감이 다른 국가보다 떨어진다는 것은 큰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브래드쇼 교수도 “한국은 우수한 인재를 잘 키워내는 반면 성장 과정에는 별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유년시절에 행복하지 못한 인재는 불완전한 성인이 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두 사람은 필리핀 일본 영국의 사례를 들며 한국 정부가 심각성을 인식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브래드쇼 교수는 “필리핀이 1970년대 이후 성장하지 못한 것, 일본이 최근 성장동력을 잃은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아동에 대한 투자에 인색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오헤어 수석컨설턴트는 한국이 영국의 사례를 참조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영국은 2007년 유니세프가 발간한 ‘이노센티 보고서’에서 어린이 행복도 최하위권을 기록했다. 이에 충격 받은 영국 정부는 대대적으로 아동 정책을 확대했고 올해 같은 보고서에서 중위권까지 올라갔다. 그는 “정책이 어린이의 행복감을 바꿀 수 있다. 한국도 지금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어린이의 삶을 다각적으로 평가하고 세계 각국과 비교할 수 있는 지표가 중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세이브더칠드런, 서울대 사회복지연구소, 본보가 함께 개발해 2일과 3일 잇달아 보도한 어린이행복종합지수가 선구자적인 역할을 할 거라고 전망했다.

오헤어 수석컨설턴트는 “미국 정부도 키즈카운티라는 아동행복지수가 생기기 전에는 어린이의 삶에 무관심했다”며 “어린이의 삶이 불행하다는 객관적인 데이터가 나왔기 때문에 한국 정부도 반응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