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세종문화회관서 데뷔 45주년 콘서트
가수 문주란의 몸매는 이효리 부럽지 않았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28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만난 가수 문주란(64)이 선글라스 아래로 눈시울을 훔쳤다. 그는 다음 달 15일 오후 7시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데뷔 45주년 기념 공연 ‘문주란, 끝이 없는 길’을 연다(6만6000∼13만2000원·02-761-2122). 문주란은 “처음 여는 대형 콘서트라 밤잠을 못 이룰 정도로 떨린다”고 했다.
1966년 ‘동숙의 노래’로 데뷔해 ‘보슬비 오는 거리’ ‘백치 아다다’ ‘남자는 여자를 귀찮게 해’를 히트시킨 문주란. 그의 삶엔 굴곡이 많았다. 1972년 12월 서울시민회관(지금의 세종문화회관) 화재 때 MBC ‘10대 가수 청백전’ 참석차 갔다가 불길을 피해 뛰어내려 중상을 입었다. MBC PD들은 그에게 십시일반 모은 돈을 금일봉으로 전달했다.
열아홉 살 때 자살을 시도했던 문주란은 여전히 우울증을 앓고 있다. “어린 나이에 들어선 연예계가 참 힘들었어요. 요즘 후배들의 비슷한 소식을 들을 때마다 안타까워요. 연예인들 주위엔 원래 정당한 소리보다 억울한 소리가 많잖아요. 인터넷 댓글로 생각 없이 돌을 던질 때 당사자는 너무 아프다는 것도 아셨으면 해요.”
문주란의 몸매는 여전히 젊은이 같다. 20대 때 체중이 39kg이었는데 요즘은 43kg이라고. 왜 미혼일까. “외로울 때도 있지만 이성친구가 필요하다는 생각은 안 해요. 굵은 목소리가 축복이지만 그걸 남자들은 싫어해요. 제가 부산 출신이라 사투리도 많이 쓰고. 못 간 거 아니냐고요? 안 갔거든예. 호호. 경기도 청평에서 애견 다섯 마리와 함께 살죠. 제가 열아홉 꽃띠도 아니고, 누가 데려갈까 하는 것도 없으니 인제 오로지 노래로써 사랑받고 싶어요.”
그는 마지막으로 남진의 노래 ‘나야 나’를 불러줬다. ‘거리엔 흔들리는 발자국/어둠은 내리고 바람 찬데/괜찮아, 나 정도면. 괜찮아, 나 정도면.’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