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기고/신각수]일본의 지방이 강한 이유

입력 | 2013-05-29 03:00:00


신각수 주일대사

2년간의 주일대사직을 마치고 곧 귀임하게 된다. 그동안 일본 전체 47개 지방자치단체를 모두 방문하여 지사, 언론, 일한친선협회, 지방민단 관계자들을 만나 한국을 알리고 교류를 증진하는 데 힘썼다. 일본의 힘을 진짜 보고 느끼려면 지방에 가 보아야 한다. 내수 비중이 높은 일본경제가 20년에 걸친 디플레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지만, 고성장시대에 축적된 지방의 힘은 아직도 건재함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일본은 수도인 도쿄(東京) 외에도 홋카이도(北海道), 도호쿠(東北), 주부(中部), 간사이(關西), 주고쿠(中國)·시코쿠(四國), 규슈(九州) 및 오키나와(沖繩) 등 지방마다 독특한 문화와 경제적 특성을 자랑하고 있다.

지방을 발전시킨 동력은 바로 지역별로 경제, 문화, 교육의 3가지 면에서 어느 정도 자체적인 힘을 갖춘 데 있다. 이 3가지 요소 가운데 어느 것이 빠지게 되면 그 지방은 힘을 잃고 강력한 흡인력을 가진 수도권으로 인구가 집중하게 된다. 따라서 우리도 지방의 발전을 도모하려면 3개 요소를 지방의 주요 축을 중심으로 분산시키는 노력이 요구된다.

첫째, 우리도 지방 경제력을 강화해야 한다. 일본 지방에는 주요 축을 중심으로 제조업과 유통업의 주요 기업이 분산되어 있다. 예를 들면 교토의 교세라, 나고야의 도요타, 이바라키의 히타치, 규슈의 아사히카세이, 지바의 이온 등이 있고, 다양한 형태의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강소, 강중 기업이 힘을 발휘하고 있다. 그리고 권역별로 분리된 전기, 철도 주요 기업도 지역의 경제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둘째, 지방별로 우수한 대학이 있어야 한다. 세계화의 영향으로 개인의 삶에 있어서 교육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일본에서는 권역별로 훌륭한 대학이 있어서 인재의 수도권유출을 억제하고 있다. 홋카이도의 홋카이도대, 동북지방의 도호쿠대, 중부의 나고야대, 관서의 교토대, 규슈의 규슈대 등 명문 대학들이 지방 인재들을 양성하고 있다.

셋째, 일본 지방의 문화는 상당한 수준급이다. 인구 50만 명 이상의 도시는 오케스트라 공연이 가능한 훌륭한 공연장을 갖추고 있다. 어느 현이든 미술관과 박물관을 잘 구비하고 있고, 특히 오카야마 현 오하라 미술관, 도쿠시마 현 오쓰카 미술관, 가가와 현 나오시마 베네세하우스, 시마네 현 아다치 미술관 등 향토기업이 고향에 특색 있는 문화시설을 만들어 놓은 것이 눈에 띈다. 그리고 어느 지방에 가든 비즈니스호텔은 물론 일본 전통문화를 즐길 수 있는 료칸 등 숙박시설도 잘 구비되어 있다. 스포츠 인프라도 마찬가지다. 일례로 매년 개최되는 고시엔 야구대회에는 일본 전국에서 4000개에 달하는 고교 야구팀들이 치열한 경쟁을 한다.

이렇듯 일본 지방은 각자 특색을 살리면서 발전을 모색하고 있다. 경제, 교육, 문화의 3박자가 갖추어져 지방의 활력을 유지하고 향토에 사람을 남게 만든다. 우리도 이런 관점에서 꾸준히 노력한다면 균형 있는 국토 발전을 도모하고 과도한 수도권 집중에 따른 폐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신각수 주일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