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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전력난도 걱정이지만 원전 안전이 우선이다

입력 | 2013-05-29 03:00:00


신고리 1, 2, 3, 4호기와 신월성 1, 2호기 등 6곳의 원자로에 시험성적을 조작한 불량 부품이 사용된 사실이 밝혀졌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불량 부품이 들어간 원전의 가동을 중단하거나, 정기점검을 위해 이미 쉬고 있는 원전은 재가동을 연기하도록 했다. 국내 전력 공급의 30% 이상을 담당하는 원전 23기 가운데 총 10기가 멈춰서 여름철 전력난이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가 된 제어케이블은 사고가 발생하면 원자로 냉각 등 안전 계통에 신호를 보내는 장치로 안전을 지키는 중요한 부품이다. 국내 시험기관이 부품 검사를 캐나다 시험기관에 의뢰해 불합격하자 성적표를 위조해 합격한 것으로 둔갑시켰다. 불량 부품을 걸러내야 할 기관이 되레 부정을 저지른 것이다. 원전 안전시스템 전반에 대한 점검이 불가피하다.

원전의 불량 부품 사용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말에도 한빛(옛 영광)원전 5, 6호기에서 품질 검증서를 위조한 사실이 드러나 가동을 중단했다. 한국수력원자력 직원들은 납품업체로부터 수천만 원의 돈을 받아 구속됐다.

당시 한수원은 재발 방지를 위해 품질 관련 서류를 직접 점검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반년이 되기도 전에 다시 부품 비리가 터진 것이다. 원전 관리가 총체적으로 부실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일본 원전 사고와 잇따른 국내 원전 비리로 원전에 대한 국민의 불안이 크다. 원전을 계속 가동하려면 국민의 신뢰가 필수적이다. 전수조사를 하든지 검증 체계를 확 바꾸고, 조사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해서 더는 같은 문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야만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6개 원전의 불량 부품을 교체하고 점검까지 마치려면 6개월은 걸린다. 그러잖아도 아슬아슬한 여름철 전력 수급이 비상이다. 정부는 대책 마련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갑자기 전기 공급을 크게 늘릴 방법이 없으니 아껴 쓰는 도리밖에 없다. 공공기관과 기업들은 휴가기간과 조업시간을 조정해 전기 사용을 분산해야 한다. 상점들은 에어컨을 켠 채 문을 활짝 열어놓는 일을 자제하고 가정에서도 에어컨 덜 켜기, 한 등 끄기를 실천해 전력난을 슬기롭게 극복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