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지원보다 인재교육이 정부 역할 사업이 안된다고 정부를 탓해선 안돼”
창조경제 선진국, 이스라엘에서도 모범사례로 꼽히는 체크포인트의 암논 바레브 최고경영자(CEO·사진)는 거침이 없었다. 한국 기업에 자사의 정보보안 제품을 소개하기 위해 22일 방한한 그는 어떤 질문에도 1초 이상 머뭇거리지 않고 바로 대답했다.
○ 소도시에서 태어난 세계 10위 기업
이 회사는 20년 전 인구 15만 명의 작은 이스라엘 도시 라마트간에서 갓 의무 군복무를 마친 세 명의 대학생이 만들었다. 이제 막 시작되는 컴퓨터통신 시장에서 도청(盜聽) 우려가 적은 안전한 통신기술이 필요할 것이라는 아이디어 하나만으로 창업한 회사였다. 그리고 20년 만에 이 업체는 지난해 매출 1조5000억 원 규모의 대형 소프트웨어 회사로 성장했다. 지금도 세계 기업들이 안전한 통신을 위해 흔히 사용하는 가상사설망(VPN·Virtual Private Network)을 처음으로 상용화한 업체가 바로 체크포인트다.
그동안 체크포인트의 성공 비결로는 군대에서 많은 것을 배우는 이스라엘 문화, 정부의 풍부한 창업 지원 등을 흔히 꼽았다. 그러나 바레브 사장의 얘기는 전혀 달랐다.
○ 정부에 기대지 말라
한국에선 정부가 창조경제를 핵심 과제로 삼아 드라이브를 거는데, 이스라엘 정부의 이런 정책들이 체크포인트의 성장에 얼마나 도움이 됐느냐고 물었다. 그는 단정적으로 말했다. “하나도 도움 받은 게 없어요.”
바레브 사장은 오히려 “기업이 정부의 도움을 기대한다거나, 사업이 안 된다고 정부 탓을 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큰소리를 쳤다. 때로는 정부가 엉뚱한 정책을 펴 기업을 괴롭힐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질문하자 “그러면 우리가 정부를 갈아치우든지, 회사를 이스라엘이 아닌 미국이나 다른 나라로 옮겨버릴 것”이라고 했다.
최근 한국에도 널리 알려진 이스라엘 식 ‘후츠파’(대담함)가 뭔지 느껴졌다. 후츠파 얘기를 꺼내자 그는 “‘누구나 모두에게 할 말을 하는 문화’가 바로 후츠파”라고 설명했다. “우리 회사 말단 직원들도 갑자기 내 방문을 열고 들어와 따지듯 토론합니다. 사장인 나는 그걸 억누르는 게 아니라 장려하고 있고요.”
바레브 사장은 “우리 할아버지가 바로 기업가”라고 했다. 그러나 그의 조부는 실제로는 사업을 해본 적이 없는 평범한 회사원이었다. “전쟁이 끝나고 아무것도 없는 땅에 나라를 세운 우리 할아버지들의 DNA야말로 실패하고, 흠집이 나도 뭔가 이룰 때까지 물러서지 않고 도전하는 이스라엘의 기업가정신이죠.”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