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공정위 전속 고발 사안”… 공정위 “법률적 근거가 없는데…”
소설가 황석영 씨의 등단 50년 작인 ‘여울물 소리’가 사재기 논란에 휩싸인 것과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가 고민에 빠졌다. 검찰이 수사 착수 여부에 대해 법리 검토를 한 뒤 “공정위 소관 사항”이라며 공을 넘겼지만 ‘도서 사재기’를 규제할 법률적 근거가 마땅치 않아서다.
공정위의 한 관계자는 28일 “도서 사재기를 공정거래법으로 제재하기에는 법리적으로 맞지 않는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사재기는 물건값이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물건을 많이 사두는 범죄행위를 뜻한다. 사재기를 하다 적발되면 ‘물가안정에 관한 법률’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처벌받게 된다. 그러나 도서 사재기는 일반 사재기와 성격이 완전히 달라 물가안정에 관한 법률을 적용하긴 어렵다는 게 법조계의 일반적 해석이다. 도서 사재기는 물건값과 무관하게 베스트셀러 순위 조작만을 목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정위는 이 역시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위계에 의한 고객 유인 행위로 보고 처벌하려고 해도 사재기를 ‘거짓 광고’를 한 것으로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베스트셀러 순위 역시 대형서점이 정하는 것이어서 출판업자에게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공정위 관계자는 “도서 사재기와 관련된 신고나 검찰의 고발 요청은 아직 없었다”며 “사건이 접수되면 법리 검토를 엄격히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도서 사재기를 엄히 처벌할 수 있는 법률적 근거를 확실히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세종=유성열 기자 r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