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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 방파제로 강한 파도를 막는다

입력 | 2013-05-29 03:00:00

■ 파도 충격 흡수하는 獨 바스프 신소재 ‘엘라스토코스트’




2011년 12월 전남 진도군 고군면 가계리 해안에 폴리우레탄 소재 방파제인 ‘엘라스토코스트’를 시공하는 모습. 기존 지형에 폴리우레탄 접착제를 부어 만드는 엘라스토코스트는 하루면 시공을 끝낼 수 있다. 한국바스프 제공

전남 진도군 고군면 가계리의 해안에는 ‘접착제로 만든 방파제’가 있다. 방파제라고 하면 육중한 콘크리트 구조물을 떠올리는 일반인의 눈에 이 방파제는 그냥 검은 자갈들이 무너지지 않고 용케 일정한 각도로 경사를 이루며 서 있는 정도로 보인다. 그런데 왠지 이 방파제에는 콘크리트 방파제보다 파도가 약하게 부딪치는 것 같다. 물보라가 덜 인다.

글로벌 화학기업인 독일의 바스프가 2004년 네덜란드 델프트공대, 독일 함부르크공대와 공동 연구를 통해 개발한 방파제 ‘엘라스토코스트’다.

○ 물보라 덜 이는 신소재 방파제


엘라스토코스트는 해안가에 있는 자갈들을 폴리우레탄 소재로 접착시켜 만든 방파제다. 작은 자갈을 붙여 하나의 큰 덩어리를 만들었다고 보면 된다.

콘크리트 방파제는 표면이 반듯하고 단단하다. 그렇기 때문에 파도가 와서 부딪치면 에너지가 반사되면서 물보라가 세게 인다. 태풍이 밀려와 육지 쪽으로 바람이 거세게 불 때에는 물보라가 그 바람을 타거나 다음 물살에 밀려 방파제를 넘어와 해안 시설물을 부수고 양식장에 피해를 주게 된다. 반면 엘라스토코스트는 접착제를 뿌렸어도 자갈 사이사이에는 여전히 구멍들이 나 있어, 파도가 부딪치면 그 사이로 물이 들어왔다가 빠져나가고 그만큼 물보라가 적게 인다. 같은 높이의 방파제라면 엘라스토코스트가 훨씬 더 효율적으로 태풍 피해를 방지하는 셈이다.

이인태 해양수산정책기술연구소장은 “엘라스토코스트에서는 파도가 방파제에 튕겨서 발생하는 물보라의 높이가 콘크리트 방파제보다 30% 정도 낮았다”며 “장기적으로 엘라스토코스트가 콘크리트 방파제를 대체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엘라스토코스트는 콘크리트 방파제에 비해 장점이 많다. 콘크리트방파제는 설치하려면 지형을 깎아야 하는데 엘라스토코스트는 기존 지형을 그대로 살릴 수 있고, 작업도 접착제를 들이붓는 것으로 끝나기 때문에 시공이 하루 만에 끝난다. 방파제 아래 수중 지형이 덜 침식되고 그만큼 수중 생태계를 보호해준다. 접착제로 쓰는 폴리우레탄 성분은 물에 녹지 않고 생물에도 무해해 영국에서는 상수원 저수지에도 쓰인다고 한다.

○ “전국 해안가에 설치하는 게 목표”

엘라스토코스트는 현재 독일, 네덜란드, 프랑스, 미국 등 세계 20여 곳의 해안가에 설치돼 있다. 국내에는 전남 진도군 고군면 가계리와 조도면 관매도 등 두 곳에 설치돼 있다.

가계리의 엘라스토코스트는 2011년 한국바스프가 제품 효능을 입증하기 위해 자체 모니터링용으로 설치한 것이다. 이곳에서 효과를 봤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지난해 12월 국립공원관리공단 다도해해상국립공원과 교류협약을 맺고 관매도에도 엘라스토코스트를 설치하게 됐다. 진도군은 의신면 초사리 해안에도 엘라스토코스트를 설치하기로 최근 결정했으며, 전남 신안군도 시공을 검토하고 있다.

진도군 관계자는 “지난해 7, 8월 태풍 카눈, 볼라벤, 덴빈이 연달아 오면서 전국 생산량의 약 40%를 책임지는 전복 치패 양식장이 치명적인 타격을 입는 등 모두 480억여 원의 피해가 발생했다”며 “태풍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다 엘라스토코스트에 주목하게 됐다”고 말했다. 바스프 측은 “전국 해안가에 엘라스토코스트를 설치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밝혔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