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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갑’ 한미동맹, 정책 영향력 미칠 젊은 전문가 함께 키운다

입력 | 2013-05-29 03:00:00

한국교류재단 - 美맨스필드재… 20~30대 美학자 10명 집중지원




2002년 9월 일본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당시 총리가 납북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평양을 방문했을 때 미국 프린스턴대 학생이던 셀레스트 애링턴 조지워싱턴대 정치학과 조교수(33·여)는 일본 도쿄에서 학사학위 논문 자료를 모으고 있었다. 한국은 납북자가 더 많지만 일본에서보다 관심을 적게 받는다는 사실을 안 것이 애링턴 교수가 한반도에 관심을 가지는 계기가 됐다.

애링턴 교수는 이후 영국 케임브리지대 석사과정, 미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박사과정을 거치며 한국과 일본의 정치 비교에 매진했다. 2005년 여름에는 7주 동안 서울 연세어학당에서 한국어를 배웠다. 2010년 완성한 박사학위 논문 주제는 ‘한센병과 납북 피해자 단체 등에 대한 양국 정부의 책임성 비교’였다. 지난해 9월 교수 생활을 시작해 올해 봄 학기에는 학부와 대학원생을 상대로 한국 정치를 가르쳤다.

한미 양국은 경력과 학문적 관심을 높이 평가해 애링턴 교수를 미국 내 차세대 한반도 전문가로 육성키로 했다. 외교부 산하 한국국제교류재단(KF)과 미국 맨스필드재단이 다음 달 2일부터 시작하는 ‘한미 넥서스 프로그램’의 지원 대상 학자(스칼러)로 선발된 것. 애링턴 교수는 “넥서스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과 미국, 일본 등 3국의 국내 정치가 어떻게 동북아 국제 정치에 영향을 주는지 깊이 연구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넥서스 프로그램은 애링턴 교수 등 미국 유명 대학과 싱크탱크에서 조교수 및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20, 30대 전문가 10명을 ‘KF-맨스필드 스칼러’로 선정해 앞으로 2년 동안 집중 육성하는 프로젝트. 캐슬린 스티븐스 전 주한 미국대사,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 고든 플레이크 맨스필드재단 사무총장, 데이비드 강 서던캘리포니아대 교수 등 내로라하는 한반도 전문가들이 강사로 참여한다.

주최 측은 참가자들에게 한국의 역사와 정치 사회 문화 등 콘텐츠뿐 아니라 연구한 내용을 대중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방송 인터뷰 및 토론 스킬 등도 가르칠 예정이다. 연구한 내용을 실제 정책과 여론 형성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이번 프로젝트는 한미동맹 60주년을 맞아 유현석 신임 이사장이 이끄는 KF의 역점 사업이다. 플레이크 사무총장은 “미국에 한국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지만 미국 정부 및 워싱턴 정책 커뮤니티에 영향을 미치는 전문성 있는 한반도 전문가는 부족하다는 데 두 기관이 인식을 같이했다”고 프로그램의 취지를 설명했다.

스칼러 10명 가운데 여성이 6명으로 애링턴 교수, 엘런 김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연구실 부소장, 데버러 솔로몬 미국 오터빈대 정치학 조교수, 샌드라 파이 서던캘리포니아대 한국학연구소 박사 후 과정 연구원, 시나 그레이튼스 하버드대 국제지역학 아카데미 연구원, 이지영 아메리칸대 KF 한국학 교수 등이다.

남성 스칼러 4명은 딜런 데이비스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한국학연구소 프로그램 디렉터, 앤드루 여 미국 가톨릭대 정치학 조교수, 이용석 윌리엄스대 경제학 조교수, 칼 프리드호프 아산정책연구원 여론정보센터 연구원이다. 10명 중 한국계는 4명이다.

첫 공부 모임은 6월 2일부터 6일까지 4박 5일 일정으로 워싱턴에서 열린다. 2일 환영만찬을 시작으로 미국 내 한반도 정책 당국자와 전문가들의 연쇄 미팅이 예정돼 있다. 글린 데이비스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 로버트 킹 대북인권 특사, 시드니 사일러 백악관 북한담당관 등도 강사와 토론자로 나선다. 주미 한국대사관은 한미 관계 현안을 설명하고 대사관저 만찬 등을 통해 격려할 예정이다.

주최 측은 올해 9월 미국 몬태나 주, 내년 6월 서울, 11월 워싱턴에서 모임을 갖고 학습 모임을 이어갈 예정이다. 2년 동안 참가자들은 개별적으로 한반도 문제와 한미 관계에 대한 정책보고서를 발전시킨 뒤 10월 마지막 워싱턴 모임에서 발표하고 한미 양국의 관련 기관에 제안서를 보내게 된다.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