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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차명재산 수사 다른 대기업으로 번지나

입력 | 2013-05-29 03:00:00

일부 대기업들 CJ수사 예의주시
檢 “재벌 비리 기획수사 아니다”… 靑 ‘대기업 손보기’ 시선에 부담감




검찰이 CJ그룹에 대한 수사 속도를 높이면서 정·재계에서는 다른 대기업으로도 수사가 번질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정권 출범 당시부터 탈세나 주가조작 등 경제사범과의 전쟁을 선포한 만큼 CJ그룹에 이어 관련 의혹이 꾸준히 제기돼 온 다른 대기업들도 줄지어 수사 대상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CJ 다음 타깃으로 일부 그룹이 거론되기도 한다.

이재현 CJ그룹 회장 오너 일가가 검찰로부터 받고 있는 혐의는 크게 탈세와 국외 재산도피 두 가지다. 정권 초기부터 강조된 ‘경제사범과의 전쟁’이라는 테마에 딱 들어맞는 수사라는 것이다. 여기에 CJ가 수십 개의 문화계 유통계열사를 거느리며 관련 업계에서 슈퍼갑으로 군림해온 만큼 이를 시정해야 한다는 여론도 컸다.

불안한 것은 그간 탈세 의혹이 제기됐던 다른 대기업들이다. 특히 상속 과정에서 탈루 문제가 제기됐던 일부 그룹은 이번 수사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이재현 회장과 홍송원 서미갤러리 대표 사이의 미술품 거래를 들여다보는 검찰이 다른 대기업의 미술품 거래로 눈을 돌릴 수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하지만 검찰 내부에서는 “이번 수사는 CJ그룹의 경제범죄에 대한 수사일 뿐 다른 기업으로 수사를 확대할지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분위기다. CJ그룹은 이전부터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 관련 첩보가 있어 내사를 오랜 기간 진행해 왔고, 이를 바탕으로 수사에 착수한 것일 뿐 재벌 비리 전체를 들여다보는 ‘기획수사’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청와대 역시 공식적으로 검찰의 CJ그룹 수사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공식 회의에서 CJ그룹 수사와 관련한 내용이 논의된 적이 없다”며 “CJ그룹 수사가 갑자기 왜 시작됐는지 우리도 궁금하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박 대통령 스타일상 특정 기업을 손보겠다고 권력기관을 움직이겠느냐”며 “다만 탈세나 재산 국외도피와 같은 문제는 현 정부에서 여러 차례 엄격하게 다루겠다고 한 만큼 우리도 검찰 수사를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탈세 혐의 등이 명확히 드러나면 엄격히 처벌해야 한다는 원론적 태도를 보인 셈이다.

CJ그룹 수사가 ‘대기업 길들이기’로 비치는 데 대한 부담감도 읽힌다. 또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이번 수사가 기업들에 불안감을 주고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는 결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며 “대통령도 ‘경제민주화가 적을 만들거나 대결을 시키는 것이 아니다’라고 밝히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장선희·이재명 기자 sun1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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