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이한 대처에 비판 여론라오스정부 태도변화 파악 못해
탈북자 인권단체들은 “‘탈북 청소년들의 강제 북송’이란 비극은 인도주의적 정신을 저버린 라오스와 중국 정부의 책임이 크지만 이를 막지 못한 한국 정부도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말했다. 탈북자 문제에 우호적이던 라오스 정부가 이례적으로 북한에 협조하는 상황 변화를 간파하지 못하고 안이한 대처로 뒤통수를 맞았다는 것이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주라오스 한국대사관과 한국 정부는 10일 탈북 청소년들이 라오스 정부에 억류된 뒤 신병 인도를 요청했다. 탈북 청소년들은 16일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의 이민국으로 이송돼 조사관 2명에게서 조사를 받았다. 라오스 정부 측은 20일까지도 “탈북 청소년들을 한국대사관으로 보내주겠다”고 했지만 23일 갑자기 “시간이 더 필요하니 기다려 달라”며 태도를 바꿨다. 결국 27일 ‘탈북 청소년들을 강제 추방했다’고 충격적 결정을 대사관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대사관 측은 탈북 청소년 9명이 추방된 뒤에야 북한대사관이 깊게 개입한 사실을 깨달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27일 저녁 윤병세 외교부 장관 주재로 서울 본부에서 대책회의가 열리고 태스크포스(TF)가 구성돼 밤을 새우며 대응책을 마련했지만 결국 ‘뒷북 대응’이란 비판만 받게 된 셈이다. 정부는 28일 오전 “이들의 강제 북송을 막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지만 이날 오후 1시경 탈북 청소년 9명은 중국 베이징 공항에서 평양행 고려항공기에 몸을 실었다. 서울의 한 외교소식통은 “한국 정부가 28일 오전까지도 탈북 청소년 9명의 강제 북송이 진행되는 사실을 몰랐다면 정보력과 대중(對中) 외교력 모두 문제 아니냐”고 지적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