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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시리아 반군 무기지원 길 열었다

입력 | 2013-05-29 03:00:00

외교장관회의 “무기금수 해제”… 알아사드 정권 제재조치는 유지
美 매케인 의원, 시리아 전격 방문… 반군 지도자들 만나 군사지원 논의




유럽연합(EU)이 시리아 반군에 한해 무기 수출 금지 제재를 해제키로 했다. 반군을 위한 직접적인 무기 지원의 길을 열어 놓은 것이다.

윌리엄 헤이그 영국 외교장관은 27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12시간에 걸친 EU 외교장관 회의 뒤 이같이 발표하고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을 향해 유럽이 매우 강력한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헤이그 장관은 이어 “당장 시리아에 무기를 보낼 계획은 없지만 상황이 계속 악화될 경우 대응을 할 탄력성이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EU는 알아사드 정권에 대한 각종 제재 조치는 향후 1년간 유지하기로 했다. 올해 2월 EU는 2월 말이 시한이었던 시리아에 대한 무기금수 제재를 5월 말까지 3개월 연장한 상황이었다.

이날 최대 논점이었던 반군에 대한 직접적인 무기 지원 결정은 유보됐다. 캐서린 애슈턴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8월 1일 재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합의는 반군에 대한 무기 지원 등 적극적 개입을 요구해온 영국 프랑스와 제재 유지를 주장해온 독일 스웨덴 오스트리아 등이 타협한 결과다.

프랑스와 영국은 EU가 무기금수를 해제하지 않더라도 독자적으로 무기를 제공하겠다며 다른 회원국을 압박했다. 반면 독일 등 다수 회원국은 반군에 지원되는 첨단 무기들이 테러조직 알카에다와 연계한 알누스라 등에 넘어갈 가능성이 많다며 반대했다.

그러나 최근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 정당인 헤즈볼라가 알아사드 정권을 돕기 위해 내전에 적극 개입하기 시작하고, 27일 프랑스 르몽드의 보도처럼 시리아 정부군의 화학무기 사용 정황이 잇따르면서 독일을 비롯한 제재 유지파가 한 발 물러섰다는 분석이다.

반면 영국과 프랑스는 회원국 다수가 무기금수 해제에 반대하는 마당에 곧바로 무기지원까지 관철시키는 것은 무리였다. 8월에 다시 논의하겠지만 당장 EU 차원의 무기 지원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이번 무기금수 해제는 시리아 정권에 미사일을 제공해온 것으로 알려진 러시아를 견제하는 동시에 미국과 러시아가 다음 달 스위스 제네바에서 개최를 추진 중인 ‘제네바2’ 회의(시리아평화국제회의)에 알아사드 정권과 반군이 모두 참여해 정치적 해결책을 내놓도록 압박하는 데 초점이 있다고 외신은 전했다. 하지만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은 27일 파리에서 미국 프랑스 외교장관과 회담한 뒤 “시리아 내전 종식을 위한 평화회담 조직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반군은 회의 참여 여부조차 결정하지 않았고 이란의 참석에 대해서도 서방국 내 이견이 많다.

한편 미 의회에서 시리아 반군에 대한 군사 지원을 촉구해 온 대표적인 인물인 존 매케인 공화당 상원의원이 27일 시리아를 전격 방문해 자유시리아군(FSA) 최고군사위원회 지도자인 살렘 이드리스 장군 등 반군 지도자들과 만났다고 미국 온라인 매체 데일리비스트가 전했다. 반군 지도자들은 매케인 의원에게 미국의 무기 지원과 비행금지구역 설정, 알아사드 정권에 대한 공습 등을 요청했다.

파리=이종훈·워싱턴=정미경 특파원 taylor5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