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술린…소장용 책 혼수 선물로 잘 나가현대카드…실무자에 영감주는 1만1500권10코르소코모…희귀한 시리즈-호텔 책자 갖춰
서울 종로구 가회동의 고즈넉한 한옥과 어우러진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 전경. 여유롭게 디자인 상상력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현대카드 제공
식사를 마친 사람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라이프스타일 스토어와 연결돼 있는 디자인 서적들을 훑기 시작한다. 요리, 패션, 인테리어, 여행, 건축, 사진 등 분야도 다양하다. 책 디자인과 글씨체부터 일반 책들과 달라 보이기 때문에 첫 페이지를 넘기고 싶은 호기심을 참을 수 없다.
디자인 서적은 말 그대로 폭넓은 디자인의 영역을 포괄하는 책을 말한다. 권당 수만 원에서 수백만 원까지 가격대가 다양하다. ‘파이돈’ ‘타센’ ‘애술린’ 등 디자인 서적 전문 출판사들은 세계적인 패션하우스와 건축가, 산업 디자이너들의 의뢰를 받아 그들의 작품이 독자에게 잘 전달될 수 있도록 책을 디자인한다.
현대카드는 2월 서울 종로구 가회동에 ‘디자인 라이브러리’를 세웠다.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디자인 사조로 모더니즘의 근간이 된 바우하우스의 정신을 바탕으로 1만 권 이상의 책을 구비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한 번에 50명만 들어갈 수 있도록 인원수를 제한하고 있는데, 평일 오후와 주말에는 줄을 서야 들어갈 수 있다”며 “방송인, 음악가, 작가 등 각계 오피니언 리더들이 자주 온다”고 말했다. 현대카드 고객과 동반자 1인은 무료 입장할 수 있다.
A style은 디자인 서적의 핫 플레이스로 떠오른 세 곳에 주목할 만한 인기 책 목록을 요청했다. 갤러리아백화점의 애술린 북카페, 10코르소코모,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가 주인공. 각각의 컬렉션은 뚜렷한 개성이 돋보인다.
애술린 북카페 전경. 책이 하나의 작품이 됐다. 갤러리아백화점 제공
애술린은 샤넬, 고야드 등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 북을 만드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서울에는 도산공원 앞과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 이스트 3층에 애술린 북카페가 있다. 갤러리아의 애술린 매장은 크지 않지만 알짜 소장용 아이템을 모아 눈길을 끈다. 사방을 둘러싼 진한 핑크빛 벽은 애술린이 지향하는 현대적인 럭셔리를 보여준다.
▽더 임파서블 컬렉션 오브 카스(The Impossible Collection of Cars)=달력만큼 큰 대형 책의 위용에 먼저 놀라고, 118만 원이라는 가격에 또 한 번 놀란다. 20세기의 자동차 100개를 선정해 담은 이 책은 장인이 사진 하나하나를 수작업으로 붙여 만들었다고. 신랑용 결혼선물로 인기다. 한 장씩 떼어 액자에 넣어 걸어둘 수도 있다.
▽포르나세티(Fornasetti)=애술린의 ‘메무아르 시리즈’는 애술린을 유명하게 만든 대표 시리즈다. ‘추억의 기록’이라는 뜻의 메무아르 시리즈는 미니 북에 패션브랜드, 건축, 호텔, 인물, 여행, 사진 등 다양한 내용을 다룬 1000여 종의 책으로 나와 있다. 그중 ‘포르나세티’는 20세기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아티스트 피에르 포르나세티의 테이블웨어와 가구, 각종 인테리어 소품을 소개한다.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
“오늘날 상업적으로 가장 성공한 건축가인 노먼 포스터는 이제 펜을 사용해 작업하는 일이 거의 없다(만약 그런 작업을 부탁하려면 돈을 더 내야 한다). 하지만 그의 드로잉이 얼마나 탁월한지 이 책은 기록해 두고 있다.”
서울 종로구 가회동에 자리한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에서 도서검색을 하면 노먼 포스터 관련 책 소개란에 저명한 건축비평가 저스틴 맥거크 씨의 짧은 서평이 담겨 있다. 그는 직접 디자인 라이브러리의 큐레이팅 작업에 참여해 건축 및 산업디자인 책 2400권을 선정했고, 주요 책에는 직접 서평을 달았다. 현대카드는 1년 동안 국내외 1만1500권의 디자인 서적을 수집하면서 맥거크 씨 같은 세계적인 전문가의 힘을 빌렸다. 이들은 직접 5000권의 도서 선정 과정에 참여해 850권에 서평을 남겼다. 도서관을 찾은 이들이 책을 통해 영감을 얻어갈 수 있도록 현대카드 측이 낸 아이디어다.
▽희귀본 컬렉션=매달 색다른 주제로 어렵게 구한 희귀 디자인 서적의 기획전을 운영한다. 5월에는 건축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책이 소개됐다. 6월에는 핸드메이드를 주제로 디지털 사회 속에서도 정성스러운 손길로 만들어진 각 분야의 작품을 보여주는 책을 전시할 예정이다.
▽디자인 위다웃 워즈(DESIGN without WORDS)=10년 동안의 현대카드 디자인 역사를 담은 책. 단순 홍보책자라고 생각하면 오산. 750쪽에 글은 없고, 다양한 프로젝트의 이미지만 담아냈다. 한국의 디자인 경쟁력을 엿볼 수 있게 해준다.
▽라이프 컬렉션=세계를 보는 창이었던 사진잡지 라이프의 전 컬렉션이 있다. 1936년 탄생해 광고 감소로 71년 만인 2007년 폐간했지만 여전히 포토저널리즘의 기준을 세운 전설적인 잡지로 평가받는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 10코르소코모에 가면 다양한 주제의 디자인 서적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제일모직 제공
2008년 제일모직이 이탈리아에서 들여온 10코르소코모는 아트북과 사진, 디자인, 패션과 건축에 중점을 둔 신간과 희귀 도서가 비치돼 있다. 다양한 주제의 시리즈가 많은 것이 이곳의 특징이다. 고급스러운 세계 여행지 정보를 망라한 여행서적과 전통 있는 고급 호텔 북이 눈에 띈다.
▽럭셔리 호텔 톱 오브 더 월드(Luxury Hotels Top of the World Vol. 2)=세계 곳곳의 톱 호텔만 모아 소개하는 책. 아름다운 사진과 함께 호텔 디자인, 서비스, 음식, 침구와 편의용품 등을 알려준다.
▽이네즈 반 렘스비어드 & 미누드 마타딘: 프리티 머치 에브리싱(Pretty Much Everything)=네덜란드 패션 사진작가 듀오의 20여 년에 걸친 작업의 거의 모든 것이 들어 있다.
▽피터 린드버거: 이미지 오브 위민(Images of Women)=케이트 모스를 비롯한 1990년대 슈퍼 모델의 전성시대를 이끈 전설적인 패션 사진작가 피터 린드버그의 흑백 사진집. 린드버그는 3월 10코르소코모 서울 5주년 행사에 열린 자신의 사진 전시회를 위해 방한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