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모니터만 보면 나를 정신 나간 사람으로 알 거예요. 하하!”
배우 성동일은 가상의 입체 캐릭터를 상대역으로 두고 연기한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한국영화로는 처음 3D 캐릭터 고릴라가 주인공인 ‘미스터 고’(감독 김용화·제작 덱스터스튜디오) 촬영을 마친 뒤 꺼낸 소감이다.
성동일은 29일 오전 11시 서울 소공동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열린 ‘미스터 고’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가상의 캐릭터를 ‘상상’하며 연기한 과정을 밝혔다.
성동일은 “촬영장에서 상대의 눈 위치가 어디쯤인지도 모르고 상상하면서 연기했다”며 “매번 촬영장에서 감독으로부터 ‘링링의 크기를 상상하라’는 말을 수 없이 들었다”고 돌이켰다. 이 과정을 통해 그는 “연기를 설렁설렁 배운 나에게 링링은 상상력을 키워준 상대 배우”라는 생각도 갖게 됐다고 했다.
영화에서 성동일은 ‘촉’이 살아있는 프로야구 에이전트 성충수를 맡았다.
중국의 한 서커스단에 ‘야구 잘 하는 고릴라’가 있다는 소문을 듣고, 동물을 프로야구의 무대로 전격 스카우트하는 도발적인 인물. 성충수의 제의를 받은 링링은 자신의 보호자인 조련사 소녀 웨이웨이(쉬자오)와 한국으로 건너와 모험을 시작한다.
이날 처음 공개된 약 15분 분량의 예고편과 본편을 편집한 영상에서 성동일은 링링과 막걸리를 나눠 마시며 술에 취하는 코믹 연기부터 링링을 스타 야구선수로 키우는 냉혹한 모습으로 눈길을 끌었다.
‘미스터 고’는 두 사람이 만난 세 번째 합작 영화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성동일과 김용화 감독은 자주 티격태격했지만 서로를 향한 신뢰는 두터워 보였다.
성동일은 “김용화 감독은 나를 가격 대비 괜찮은 배우, 연기적으로도 대들지 않은 배우라서 계속 쓴다고 하더라”고 ‘고백’해 웃음을 안겼고, 자신의 아내가 김 감독의 영화에 더는 출연하지 말라고 부탁한 사연도 공개했다.
‘미녀는 괴로워’ 촬영 때 첫째 아들 준을 얻은 성동일은 ‘국가대표’를 촬영하며 둘째 딸을, ‘미스터 고’ 때는 셋째 딸을 차례로 낳았다.
이 같은 이색 인연까지 맺은 둘은 ‘미스터 고’ 촬영현장에서는 “목숨을 걸고 찍자”는 약속도 했다.
‘미스터 고’는 제작비 225억 원의 3D 블록버스터.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탄생한 3D 입체 캐릭터가 주인공인 영화로 제작진은 순수 국내 기술로 이를 완성해 7월 중순 관객 앞에 내놓는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트위터@madeinhar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