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직자-면접관 甲乙관계 바꾼 ‘역지사지’ 현장
2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신한금융투자 본사에서는 면접의 ‘갑과 을’을 바꾼 체험행사가 진행됐다. 대학생들이 면접관이 되고 면접관이 응시자가 된 ‘면접관을 면접하라’는 행사에서 학생들이 임원에게 질문을 하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사회 초년생이 회사를 선택할 때 중요시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요?”
머리가 희끗한 중년 응시자에게 면접관의 질문이 쏟아졌다. 검은 양복에 붉은 넥타이를 차려입은 응시자는 자세를 고쳐 잡은 뒤 답했다.
중년 응시자의 대답을 채점표에 받아 적으며 귀를 기울이는 면접관은 유독 젊다.
2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신한금융투자 본사에서 열린 ‘면접관을 면접하라’ 행사장. 앳된 얼굴의 면접관들은 20대 초중반 대학생 5명, 응시자는 신한금융투자 경영기획본부에서 일하는 정환 본부장이다. 그는 총 18개의 질문을 받으며 진땀을 뺐다. 면접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됐다.
이날 참여한 5명은 실제 취업준비생들. 항상 응시자라는 ‘을’로 면접에 참여해 오다 처음으로 면접관이라는 ‘갑’의 역할을 경험했다. 반면 정 본부장은 인사부장 시절부터 줄곧 신입사원 면접관이었다.
‘면접관을 면접하라’는 응시자와 면접관이 역할을 바꿔 서로를 이해해 보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취업을 준비하는 대학생은 직접 면접관이 돼봐야 이상적인 응시자의 모습을 파악할 수 있다. 신입사원 면접에 들어가는 임원은 응시자가 돼봐야 ‘쓸데없이 감정만 상하게 하는 질문이나 태도’를 걸러내고 올바른 면접관의 태도를 되새길 수 있다.
면접관 자리에 앉은 대학생들은 응시자에 대한 궁금증을 쏟아냈다. 응시자의 경력 때문인지 정 본부장에게는 유독 면접의 ‘비책(秘策)’을 묻는 질문이 많았다. 면접관 5명 중 2명은 현재 신한금융투자 신입사원 공개채용에 응시한 상태였다.
이용환 씨(23)는 지금까지 봐 온 많은 면접자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지원자를 물었다. 정 본부장은 “면접에 늦게 나타난 친구가 있었는데 결국 그 친구는 합격했다”며 “아침 첫 조였는데 밤늦게까지 면접을 연습하다 잠을 못 이뤘다고 말했다. 진정성이 엿보여 합격한 것 같다”고 답했다.
취업 준비생의 가장 큰 화두인 ‘스펙’에 대한 질문도 쏟아졌다. 문승현 씨(24)는 “뛰어난 스펙과 어설픈 개인 스토리, 어설픈 스펙과 뛰어난 개인 스토리 중 어느 것이 면접에 효과적인지”에 대해 물었다.
솔직한 답변이 이어졌다. 정 본부장은 “보통 면접관들이 스펙이 중요하지 않다고 하는데 스펙이 왜 안 중요하겠냐”며 “100명 중 1명꼴로 뽑히는 신입사원 공채에서는 스펙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스펙이 없다면 자신의 능력과 성실성을 다른 경험으로 증명해야 하는데 이게 오히려 어려운 것 아니겠나”라고 되물었다.
하지만 역할 바꾸기였어도 면접관은 면접관. ‘베테랑’ 응시자에 대한 채점은 냉정했다. 정 본부장이 받은 점수는 15점 만점에 평균 13점. 감점의 원인은 이랬다. “이야기는 잘하셨는데 개인 사례를 조금 더 들었으면 좋았을 것 같아요.” “듣다 보면 맞는 말 같기는 한데 지나치게 두루뭉술한 대답이 많아서 답답했어요.”
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