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회장의 위기감은 곧 삼성 제품의 품질에 대한 각성으로 이어졌다. 신경영 선언도 이를 모든 조직원에게 전파하기 위해 시도한 일종의 ‘충격 요법’이었다. 당시 이 회장은 “삼성이 자만심에 빠져 위기를 진정한 위기라고 생각하지 못한다. 이런 상태로는 21세기 초반에는 절대로 살아남지 못한다. 망할지도 모른다는 위기를 온몸으로 느꼈다”고 신경영 선언을 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신경영 선언 후 20년, 삼성은 그동안 한국 역사에서 찾아볼 수 없는 초일류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났다. 1993년 29조 원이었던 그룹 전체 매출액은 지난해 380조 원으로 13배로 늘었고, 같은 기간 수출 규모도 107억 달러에서 1572억 달러로 크게 증가했다.
특히 삼성의 휴대전화는 20년 사이 눈부시게 성장했다. 1994년 출시한 휴대전화는 불량률이 11.8%에 이르러 시장에서 외면을 받았다. 그러나 ‘애니콜’, ‘갤럭시 시리즈’ 등의 성공에 힘입어 이제는 삼성의 대표 브랜드이자 캐시카우(수익 창출원)가 됐다. 지난해에는 14년 동안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은 노키아를 제치고 휴대전화 세계시장 점유율 1위에 올랐다.
송재용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신경영의 성공 비결은 이 회장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시대가 변화하는 시점을 잘 간파하고 이에 선제적으로 대응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