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의 사회공헌 넘어 ‘시티즌 오블리주’ 시대
문화는 나눌수록 커진다. 최근 문화정책의 흐름도 문화 복지와 문화 다양성 확보로 바뀌고 있다. 그러나 이를 중앙·지방정부의 공공재원으로 충당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에 따라 기업의 사회공헌과 메세나 등 전통적인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넘어 시민 누구나 나눔의 주체와 대상이 될 수 있는 ‘시티즌 오블리주’의 시대가 시작됐다.
29일 오후 7시 반 부산 해운대구 좌동 해운대문화회관에서는 문화나눔 작은음악회가 열렸다. 이 행사의 의미는 두 가지. 먼저 세계적 바이올린 명장 김민성 씨(이탈리아 크레모나에서 활동 중)가 1년간 제작한 바이올린을 예술영재 조민혁 군(양운초 5년)에게 직접 전달했다. 지난해 송순임 부산시의원이 2000만 원의 의정비 전액을 지역 음악영재 육성을 위해 부산문화재단에 기부한 사연에 감동한 결과물이다. 다음으론 부산시립예술단노동조합이 시민과의 문화나눔을 위한 약속으로 문화재단과 협약을 체결했다. 세계적 명장의 악기를 손에 쥔 조 군은 이날 바이올린 연주를 선보였다. 부산시립교향악단, 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 부산시립합창단도 연주를 곁들였다.
부산에서 태어난 조 군은 지난해 바이올린 전공으로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재교육원에 합격했다. 문화재단은 조 군이 음악적 재능을 펼칠 수 있도록 내년까지 지원사업을 벌인다.
부산시와 문화재단은 이 같은 제3형 문화나눔 지원사업을 시행한다. 문화이용권(문화바우처)사업 등 기존의 공공재원 지원사업의 틀 위에 재능, 공간, 지식, 티켓, 물품, 권리 기부 등 민간재원의 영역까지 포함하는 문화나눔의 선순환 구조를 마련하겠다는 것. 이를 위해 시는 문화나눔지원 시스템 구축과 사회적 공감대 확산을 위해 관련 예산을 확보하기로 했다.
문화재단은 조만간 문화나눔자문위원회를 구성하고 나눔을 위한 연결 고리인 문화나눔 홈페이지를 개설한다. 7월 초 문을 여는 홈페이지에서는 시민 누구나 자신만의 문화나눔 형태로 참여 의사를 밝힐 수 있다. 남송우 부산문화재단 대표이사는 “지난해 부산시의회에서 마련한 문화나눔조례를 토대로 문화나눔을 확산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