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라오스에서 군사작전을 벌이듯 급박하게 탈북 청소년 9명을 빼내 평양으로 강제 북송했다. 김정은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들의 탈출을 막겠다는 결심을 하지 않았다면 북한 외교관도 타기 어려운 비행기를 두 번 갈아 태우며 탈북자를 북으로 실어 나르는 공작을 허락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우리 정부와 대사관은 정보 먹통 상태에서 북한의 공작에 허를 찔렸다.
북한은 라오스 중국과 접촉해 탈북자들을 한꺼번에 빼돌렸다. 탈북자들이 18일 동안 라오스에 억류돼 있었지만 우리 공관은 단 한 차례의 영사면담도 못했다. 라오스에서 벌어진 남북 외교 대결에서 우리가 완패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탈북자들이 수용시설에서 빠져나갈 기회가 있었지만 한국대사관 측은 “일이 어려워진다”며 오히려 말렸다고 한다. 우리 공관이 라오스 정부의 선처만 기대하며 손을 놓은 것이다.
북한은 최근 라오스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 8월 라오스를 방문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도 탈북자의 통과를 허용하지 말라는 요청을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외교부와 주라오스 대사관은 탈북자들이 이용하는 ‘동남아 루트’의 핵심 국가인 라오스에 대한 북한의 외교 공세를 차단할 대책을 세웠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허를 찔린 것이 아닌가.
북한이 라오스에서 끌고 간 탈북자 중에 일본인 납북자의 아들이 포함됐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북한이 외교력을 쏟아 붓고 군사작전 하듯 기동성을 발휘한 것을 보더라도 놓쳐서는 안 되는 인물이 있을 개연성이 크다. 일본 정부는 사실 확인 중이라고 밝혔으나 일부 탈북자단체 관계자는 1977년 북한이 납치한 일본인 마쓰모토 교코의 아들이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사실이라면 북한은 일본인 납치로도 모자라 사지(死地)에서 외국으로 도망친 일본인 피랍자의 아들을 다시 끌고 가는 반(反)인륜 범죄를 저지른 셈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