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암포럼 강연
29, 30일 이틀간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서울 호텔에서 열린 ‘호암포럼’ 첫 강연자로 나선 하랄트 추어하우젠 박사(77·사진)는 최근 자신이 진행하고 있는 연구를 이같이 소개했다. 추어하우젠 박사는 암과 바이러스의 관계를 규명하는 데 있어서 세계적인 권위자로 독일 하이델베르크 암 연구소에서 여전히 연구현장을 지키고 있다.
자궁경부암과 인체유두종바이러스(HPV)의 연관성을 입증한 공로로 2008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추어하우젠 박사의 연구를 바탕으로 여성암 중 발병률 2위인 자궁경부암의 예방백신 ‘가다실’과 ‘서바릭스’가 탄생해 암 사망률을 획기적으로 줄였다.
그는 “익힌 정도에 따라 구분하는 미디엄·레어 상태로 쇠고기를 먹거나 육회를 먹을 경우 쇠고기에 포함됐던 바이러스로 인해 인체에 교차 감염이 생길 수 있다”며 “쇠고기를 덜 익혀 먹으면 열에 내성이 있는 TT바이러스가 감염을 일으켜 대장암을 유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여러 가지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TT바이러스는 모든 생물이 보유하고 있는 흔한 바이러스로 관절염이나 암 등 질병과 관련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가설이 맞다면 쇠고기를 익혀 먹는 것이 대장암 발병을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한편 호암포럼은 호암상, 노벨상 수상자 등 해외 석학과 국내외 전문가들의 최신 연구 발표와 교류를 위해 올해 처음 열렸다.
호암재단과 삼성의료원, 삼성종합기술원이 공동 진행한 이번 포럼 첫날에는 ‘암과 바이러스’를 주제로 추어하우젠 박사와 종양 바이러스 분야의 대가인 정재웅 박사 등 연구자가 최신 동향과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둘째 날인 30일에는 공학 부문의 ‘나노기술’을 주제로 제3의 고체인 준결정 물질을 최초로 발견해 소재 분야의 패러다임을 바꾼 것으로 평가받아 2011년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단 셰흐트만 박사와 우리나라 나노 과학계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현택환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입자연구단장 등의 발표가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