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길 넓히고 바닷길 다시 뚫고… 대륙을 품는 강원도의 힘
선사 파산 등으로 2년여간 운항이 중단됐다 올해 3월 19일 운항을 재개한 ‘강원 속초∼러시아 자루비노’ 노선에 투입된 ‘뉴블루오션’호가 14일 속초항에서 출항하기 위해 정박해 있다. 속초=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강원도는 한반도의 동쪽에 위치해 다른 지역보다 중국에서 약간 멀지만 입체적인 육해공(陸海空) 통로를 활용해 교류의 폭을 확대하면서 도의 신성장동력을 찾고 있다.
○ 다시 열린 바닷길
속초를 출발해 자루비노 항에 도착한 여객과 화물은 중국 지린(吉林) 성 훈춘(琿春)을 거쳐 동북 3성으로 간다. 동북 지역 중국인도 이 항로를 통해 강원도로 와 속초∼자루비노 노선은 중국 북부와 한반도를 잇는 핵심 통로다.
이 항로는 2000년 4월 28일 개통됐으나 2010년 10월 선사 D항운이 파산해 폐쇄됐다가 올해 3월 19일 재개통됐다. 스웨덴 스테나그룹과 한국 대아그룹 합작으로 설립된 스테나대아라인㈜은 1만6485t의 화객선(貨客船·화물과 여객 동시 선적과 탑승 가능)인 ‘뉴블루오션’호를 투입해 자루비노와 블라디보스토크로 주 2회 운항 중이다.
채 시장은 “자루비노는 잠시 통과만 하는데 비자 발급 비용이 과다하고 통관 수속도 복잡해 중앙정부 간 협상을 통해 풀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허만철 스테나대아라인 대표이사는 “속초에서 자루비노를 왕복하는 경우 비자 발급 수수료가 24만 원가량으로 이는 2006년 6만5000원, 2008년 12만5000원에서 껑충 뛴 것”이라며 “운항 2개월여가 지났으나 탑승률이 10%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욱재 강원도청 글로벌사업단장은 “중앙정부 차원에서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지방정부 힘만으로는 안 된다”며 “한국과 러시아 간에 진행 중인 무비자 협상을 조속히 매듭지어야 한다”고 말했다.
강원도뿐 아니라 동북 3성 경제 활성화에도 핵심적인 ‘속초∼자루비노 노선’은 자매관계인 속초시와 훈춘 시가 힘을 합쳐 풀어가는 한중 공동 프로젝트가 됐다.
재정부와 강원도 속초시 한국관광공사 관계자 등은 이날 속초항을 출발한 뉴블루오션을 타고 자루비노로 가 통관을 거친 후 지린 성 옌지(延吉)로 가면서 항로 및 자루비노 통관 상황 등을 체험하고 15일 옌지에서 ‘동북아 지역 관광 활성화 방안’을 주제로 세미나도 열었다.
○ 넓어지는 하늘길
2002년 개항 뒤 이용 승객이 없어 한때 외국 언론이 ‘유령 공항’이라 불렀던 양양국제공항이 중국과의 항로가 넓어지면서 되살아나고 있다. 북한 핵실험 등 도발로 남북 관계가 경색되면서 5월 한 달 한중 간 노선 운항이 중단되기도 했지만 다음 달부터 운항을 재개한다. 다음 달 3일 헤이룽장(黑龍江) 성 하얼빈(哈爾濱)과 10일 랴오닝(遼寧) 성 다롄(大連)에 이어 22일에는 상하이(上海) 노선 등이 다시 열린다. 올해 내로 광저우(廣州) 등 6곳을 더 늘릴 예정이다.
강원도는 중국인 관광객 1명당 여행사에 1만 원씩 보조금을 주고 중국 전세기에는 편당 200만∼400만 원의 운항 장려금을 주는 등 적극적인 유치 전략을 펴고 있다. 양양과 중국 간 운항이 활성화하면 양양과 국내 주요 도시를 잇는 국내선도 동시에 활성화되는 2중 효과도 있다.
한국공항공사 양양지사 김칠봉 운영차장은 “중국인 관광객이 공항 대합실 원탁에 앉아 쉬면서 도내의 주요 명소를 한눈에 볼 수 있도록 각 기초지자체에 명소 사진도 신청해 놓았다”고 말했다. 공항 안내판 중국어 병기, 공항 내 환전소 설치, 중국어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설치는 물론이다. 면세점에는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품목들을 조사해 ‘중국인 맞춤형 면세점’을 운영할 예정이라고 김 차장은 말했다.
한편 새누리당 김기선 의원(강원 원주)은 지방공항 활성화를 위해 지방공항 취항 항공사를 지원하는 지자체에는 국비로 지원하는 내용의 ‘항공운송사업 진흥법 개정안’을 지난달 23일 제출했다.
○ 새 기원 여는 동∼서축 철도 개통
지난해 6월 1일 강릉역에서는 당시 이명박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원주∼강릉 간 120.1km 구간 복선 철도 기공식이 열렸다. 평창 겨울올림픽 개최 한 해 전인 2017년 완공 예정이다. 횡성 둔내 평창 진부 대관령 등을 거쳐 강릉까지 철로로 연결되면 서울에서 강릉까지 1시간 15분가량이면 닿는다.
강원도청 도로철도교통과 김종덕 주무관은 “원주∼강릉 구간은 현재 중앙선과 영동선을 거치면서 돌고 돌아 255km에 5시간 5분이 걸리지만 불과 27분으로 단축된다”고 말했다.
김재진 강원발전연구원 박사(교통 물류)는 시간 단축 이상의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박사는 “한반도 철도는 일제가 ‘수탈’ 목적으로 건설한 남북축 위주의 기본 골격이 그대로 남아 있다”며 “원주∼강릉 구간 철도가 완성되면 한반도 동서 철도 1호가 돼 한반도 철도 역사에 새로운 장을 열 것”이라고 말했다.
김 박사는 “겨울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서도 큰 역할을 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수도권을 북극 항로와 가깝게 연결하는 역할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자원보고로 떠오르는 북극 해저 자원이나 북극 항로를 통한 물류가 강원도 동해안에서 철로와 연결되면 수도권까지의 접근도 훨씬 가까워진다는 것이다.
한반도 동서 횡단 철도가 활성화하면 서울과 제주를 축으로 주로 움직이는 한국행 중국 관광객들의 동선도 다변화될 것이라고 강원도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장기적으로 동서축 철도 교통의 완성판은 춘천∼속초 간 고속화 철도 개통이다. 정부는 경제성을 검토 중이며 노선 사전조사가 진행 중이다.
속초·춘천=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