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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억 내수시장 넘어 글로벌 승부… 中 화웨이-바이두 IT 강자로

입력 | 2013-05-31 03:00:00


38달러.

1998년 러시아에 진출한 중국의 통신장비 제조업체 화웨이가 첫 계약에서 벌어들인 돈이다. 1987년 한 홍콩기업의 아날로그 전화교환기 대리점으로 출발한 화웨이는 수익의 대부분을 소형 전화교환기 개발에 투자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기업들이 이미 차지한 내수 시장 대신 해외로 눈을 돌렸다.

외국 바이어들은 “중국 기업이 신발이 아닌 하이테크 제품을 만든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화웨이의 기술력을 의심했다. 하지만 이 회사는 지속적으로 해외 시장을 노크하면서 현재 에릭손에 이어 세계 2위(영업이익 기준)의 통신장비 제조업체로 성장했다.

중국은 동아·베인 창조경제(DBCE)지수 평가에서 전체 35개국 중 22위에 머물렀지만 사업 확장 분야에서는 3위를 차지해 눈길을 끌었다. 세부 지수에서도 중국은 하이테크산업 수출 비중 1위, 기업공개(IPO) 수 3위, 산업클러스터 지수 4위에 올랐다. 이는 중국이 어떤 길을 걷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13억 인구의 거대 내수시장’이라는 장점에 안주하지 않고 해외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라고 해석했다.

최근 정보기술(IT) 및 전자 산업에서 중국의 약진은 눈부시다. 화웨이 외에도 검색 서비스 업체 바이두(百度), ‘QQ메신저’로 잘 알려진 인터넷업체 텐센트(텅쉰·騰訊),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그룹 등은 이미 세계 시장에서 업계 선두권 업체로 성장했다.

이들 기업은 처음부터 해외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본 투 비 글로벌’ 정신으로 무장하고 선진국의 사업 트렌드와 문화를 발 빠르게 흡수하는 전략을 통해 성공을 경험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1990년대 ‘닷컴 열풍’이 불던 미국에서 컴퓨터공학을 공부한 바이두의 리옌훙(李顔宏) 대표는 1999년 실리콘밸리에서 돌아와 바이두를 중국에 세워 새로운 문물에 목말랐던 중국인을 사로잡았다. 그는 창업 6년 만인 2005년 바이두를 미국 나스닥에 상장시켰다. 바이두의 현재 시가총액은 306억4700만 달러(약 34조3200억 원)로 중국 IT 기업 중 1위다.

기업 간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한 인수합병(M&A)이나 투자 시도도 활발하다. 알리바바그룹은 지난달 중국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시나웨이보(微博)의 지분 18%를 5억8600만 달러(약 6413억 원)에 인수했다. 텐센트는 지난해 한국에서 스마트폰 메신저 ‘카카오톡’을 운영하는 카카오에 약 900억 원을 투자했다.

중국 정부도 다양한 정책을 내놓으며 자국 기업들의 성장을 돕고 있다. 중국과학원에 따르면 중국의 과학기술 기초연구와 산업화는 세계 2위 수준이다. 최근에는 외국 기업들의 자국 투자를 독려하기 위해 세제 혜택을 제공하며 클러스터 조성에 힘쓰고 있다.

한계도 있다. 중국에서는 국유 기업이 아니라면 은행 대출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기가 쉽지 않을 만큼 사회적 자원의 편중이 심한 편이다. 사업할 때 사적 연줄을 뜻하는 관시(關係·관계) 문화가 크게 작용하는 것도 장벽이 되고 있다.

베이징=고기정 특파원·박창규 기자 k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