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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제비 아닌 청년, 北 북송작전 主타깃 가능성

입력 | 2013-05-31 03:00:00

■ “9명중 1명 일본인 아들 추정”




마쓰모토 교코

북송된 탈북자 9명 중 유일하게 꽃제비 출신이 아닌 함흥 출신 20세의 남성에게 국제사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청년이 일본인 납북 피해자 마쓰모토 교코(松本京子·65) 씨의 아들일 개연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의 외교소식통들은 “한국 정보당국은 아직도 이 청년이 마쓰모토 씨의 아들인지를 확인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어쨌든 이 청년이 이번 강제 북송 사건의 미스터리를 풀 핵심 열쇠를 쥐고 있는 인물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즉, 북한이 속전속결로 비행기편을 이용해 이들 9명을 북한으로 데려간 건 이 청년 때문일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이다.

○ 유일하게 꽃제비 출신이 아닌 20세 청년의 정체는?

이 청년은 9명의 탈북을 도운 선교사 주모 씨에게 “북한에 있는 어머니가 ‘이산가족 상봉을 통해 만난 적 있는 남한의 가족을 꼭 찾아라’고 해 탈북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주 씨는 “탈북 과정에서 9명에게 ‘지금은 거짓말을 해도 좋다. 서울에 도착한 다음 사실대로 말하라’고 주지시켰다”고 했다. 한 대북 소식통은 “그 청년이 납북 일본인의 아들인지, 어떤 특수한 신분의 소유자인지 알 수 없다”고 했다.

이 소식통은 “‘남한에 부모 가족이 있다’는 이 청년의 말이 사실이더라도 납북된 일본인 마쓰모토 씨의 아들일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북한이 역시 피랍됐던 일본인 요코다 메구미(田めぐみ) 씨의 경우처럼 일본 여성을 납북된 한국 남성과 결혼하게 한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즉, 이 청년의 가족이 실제로 한국에도 있을 가능성이 여전히 있는 것이다.

주 씨에 따르면 탈북자 9명은 20일 라오스 구금시설에서 북한 말투를 쓰는 조사관으로부터 1명씩 1차 조사를 받았다. 주 씨는 “24일 조사관들이 다시 찾아와 2차 조사를 하면서 청소년들의 독사진을 찍고 자필 서명까지 받았으며 사흘 만인 27일 강제 추방됐다”고 말했다. 다른 대북소식통은 “1차 조사 내용이 북한 당국에 보고된 뒤 이들을 속전속결로 북송해야 할 ‘어떤 이유’가 생겼고 이를 위해 여권과 단체여행비자를 만드는 작업에 착수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한국 정보당국의 ‘일본인 여성의 아들이 9명 중에 있는 것 같다’는 첩보도 라오스 이민국의 조사 과정에서 새어 나왔을 개연성이 있다”고 말했다.

○ 납북자 문제는 북-일 관계의 뇌관

마쓰모토 교코

이번 북송 탈북자 중 일본인 납북자의 자녀가 포함된 게 사실이라면 외교적 파장이 작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북한과 일본 관계를 급랭시키는 소재가 될 수 있다. 정부 당국자는 “북송된 1명의 신원이 납북된 일본 여성의 자녀로 확인될 경우 현재 진행 중인 북-일 교섭에 상당한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 당국에 의한 일본인 납치는 1977년부터 1983년 사이에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남파 간첩을 일본인 신분으로 위장시키거나 일본어 교육을 시키기 위한 교관으로 필요했기 때문이다.

1987년 KAL 858기를 폭파한 김현희 씨가 자신에게 일본어를 가르친 이은혜라는 인물이 납북된 일본인 다구치 야에코(田口八重子)라고 증언하면서 국제적인 관심사로 주목받았다. ‘모략극’이라고 치부하던 북한은 1991년 북-일 수교 교섭이 시작되고 11년이 지난 2002년 북-일 정상회담에서 비로소 납북 사실을 시인했다. 이후 북-일 논의는 탄력을 받아 2차 정상회담으로 이어졌고 북한은 호의를 표시하려고 2004년 11월 메구미 씨의 유골도 반환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의 DNA 검사 결과 가짜로 판명되면서 양국 관계는 급속히 얼어붙었다.

지난해 말 집권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재임 중 납치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공언하고 납북자 문제와 관련해 북한 측에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 납치범 인도를 요구하고 있다. 5월 이지마 이사오(飯島勳) 내각관방 참여(총리자문역)를 북한에 보내 협상을 시도했다. 납북 피해자의 아들이 북송된 사실이 밝혀진다면 향후 북한과의 교섭에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오코노기 마사오(小此木政夫) 규슈대 특임교수는 “지금까지 추가 납치 피해자와 관련해 확실한 정보가 없어 북한에 제대로 요구하지 못했던 측면이 있는 만큼 사실 확인이 급선무”라며 “향후 북-일 관계가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현재로서는 예상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조숭호·윤완준 기자, 도쿄=배극인 특파원 sh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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