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부실대응에 책임론 확산
탈북 청소년 9명이 라오스에서 추방돼 강제 북송된 사건에 대해 외교부와 주(駐)라오스 한국대사관은 “최선을 다했으나 라오스와 북한의 대응이 너무 이례적이었다”고 해명한다.
그러나 한국대사관이 안이한 태도로 “기다리라”며 구조요청을 묵살한 데다 북한의 북송 공작에 속수무책이었다는 점에서 엄중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들 9명의 탈북을 도왔던 선교사 주모 씨는 29일 밤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10일 라오스 경찰에 체포된 이후 27일 (9명이) 라오스에서 강제 추방당할 때까지 무려 18일간 한국대사관 관계자 누구도 만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한국대사관에 ‘도와 달라’고 요청할 때마다 ‘기다리라’는 말만 반복해 들었다”고 강조했다. “도청이 되니 전화하지 말라”거나 “다 된 밥에 코 빠뜨리지 말라”는 얘기까지 들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외교부 측은 “대사관 직원들이 이민국 앞에 상주하다시피 하면서 사건의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주 씨는 “비엔티안 이민국에 있을 때 동료 선교사가 김밥을 주러 오는 등 3차례나 면회가 허용됐는데도 대사관 측은 ‘면회가 안 된다’고만 변명하는 걸 납득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민국 앞에 상주했다면서 북한 측의 ‘이례적인’ 공작에 대해 왜 몰랐는지도 의문이다. 주 씨는 “아이들이 잡혀간 다음 날인 28일에야 대사관 직원이 ‘지금까지 누가 어떻게 조사했느냐’를 묻더라. 한국대사관이 아무것도 모르고 방치하는 동안 아이들이 북한 요원들 앞에서 ‘우리는 한국에 갈 것’이라고 털어놓은 셈”이라고 말했다.
탈북지원단체 관계자들은 △탈북 청소년들이 비엔티안 이민국으로 옮겨온 직후에는 자유로운 외출이 가능했는데 이때 대사관이 별도의 장소에서라도 면담하지 않은 걸 이해할 수 없고 △북한의 ‘공작’을 전혀 눈치 채지 못한 무사안일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또 △주 씨가 ‘북한 사람들이 아이들을 조사하는 것 같다’고 여러 차례 위험 신호를 보냈는데도 결과적으로 무시한 점 △라오스 측이 거짓말까지 해가면서 북한에 협조하는 동안 한국-라오스 간 외교 채널은 먹통 상태였다는 점 등도 책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주 씨는 “28일에야 이 대사를 처음 만났고 한국대사관에 도착한 뒤엔 내 얘기를 제대로 들어보지도 않고 ‘볼 일이 있다’며 떠나버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대사는 “당시 이 문제로 온 사방에서 나를 찾았다. 더이상 코멘트하지 않겠다”며 전화를 먼저 끊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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