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탈출계획 도운 숄티 망연자실
수잰 숄티 북한자유연합 대표(54·여·사진)는 29일 동아일보 기자에게 ‘꽃제비’ 출신 탈북 청소년 9명의 강제북송에 대해 이같이 심경을 밝혔다. 워싱턴에 본부를 둔 북한 인권단체 북한자유연합을 이끄는 숄티 대표는 선교사 주모 씨와 함께 이번 탈북 계획에 처음부터 관여해왔다. 그는 “2년여에 걸친 탈북 계획이 이렇게 허망하게 끝날 줄 몰랐다”며 “이렇게 어린 아이들이 무슨 잘못을 했다고 다시 잡아가느냐”며 분을 삭이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다음은 인터뷰 내용.
―탈북 청소년 9명이 강제북송된 것을 언제 알았나.
―탈북 청소년 9명은 어떤 아이들인가.
“북송된 9명을 포함해 12명의 탈북 청소년이 그룹을 이뤄 선교사 주 씨의 도움 아래 중국에서 6개월에서 최장 3년까지 지냈다. 이들이 올해 초 탈북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중국 공안의 단속을 피해 숨어 사는 것이 너무 힘들고 상황이 악화돼 탈출하기로 했다.”
―탈출 그룹은 어떻게 나눴나.
“12명 본인의 의사에 따라 한국행 그룹과 미국행 그룹으로 분류했다. 미국행 그룹은 12, 13세의 가장 어린 아이 2명과 학습장애가 있는 16세 1명 등 3명이었다. 어린애들과 지적 장애가 있는 탈북자는 아무래도 미국으로 가는 것이 나을 듯하다는 주 씨의 의견도 참작했다.”
“1년 8개월쯤 전인 2011년 9월 미국행 계획에 먼저 착수했다. 작전명은 ‘비상(飛翔)하는 독수리 작전(Operation Rising Eagle)’이었다. 나는 탈북 어린이가 직접 쓴 편지를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보냈다. 답장을 받지 못했지만 미 국무부와 긴밀하게 공조해 미국행 계획을 진행했다. 한국 측도 도왔다. 2012년 8월 3명을 비교적 협조적인 태국으로 데리고 나오는 데 성공했다. 나머지 9명의 안전 때문에 이들의 미국 입국 사실을 그동안 공개하지 않았다.”
―곧바로 한국행 계획이 이어졌나.
“미국행이 성공하자 한국행 계획에 착수했다. 미국행 루트대로 태국을 거쳐 한국으로 갈 계획이었다. 그런데 중간에 거쳐 가는 라오스에서 예기치 않게 불심검문에 걸린 것이다.”
―탈북자를 이송시킬 때 라오스를 경유한 적은 이번이 처음인가.
―지난해 중국의 탈북자 강제송환 때 관련 청문회 개최를 주도하고 주미 중국대사관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등 각종 노력을 펼친 바 있는데….
“이번에도 한국과 미국을 포함해 세계 각국은 라오스에 항의해야 한다. 탈북자들이 북송되면 고문을 받고 심하면 사형에 처해질 수 있는데도 이를 눈감고 보낸 라오스의 처사를 그냥 넘겨서는 안 된다.”
―김정은 체제 이후 탈북이 줄었다고 하는데….
“탈북 지원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다. 탈북 방지 감시체제가 훨씬 강화됐다. 배고픔을 참지 못해 탈출한 어린이까지 추적해 데려가는 것은 김정은 독재가 얼마나 악랄한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또 김정은 체제가 그만큼 허약하다는 것을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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