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유명 음식점. 주문한 음식이 나오자 여자가 휴대전화를 꺼내 접시에 바짝 들이대고 사진을 찍는다. 그러나 사진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구도를 바꿔가며 여러 번을 찍고 지운다. 맞은편 남자는 젓가락을 든 채 여자 친구의 ‘신성한 작업’이 어서 끝나기를 기다린다.
다른 테이블도 사정이 비슷하다. 이처럼 ‘선찍후식’(먼저 찍은 후에 맛보기)은 여성들 고유의 문화가 된 지 오래다.
한 인터넷 조사회사가 여성들에게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게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더니 67%가 ‘음식’이라고 응답했다. 특히 미혼의 경우 그 비중이 유독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들은 “음식을 자주 만들지는 않지만 먹는 것은 매우 좋아한다”고 답했다. 밖에서 사먹는 음식이 맛있을 때 행복을 느낀다는 것이다.
여자들은 다르다. 메뉴 결정이 쉽지 않으며 한참을 기다리더라도 ‘인정받은 맛있는 집’에서 대표 메뉴를 앞에 놓아야만 직성이 풀린다. 오랜 기다림 끝에 음식이 나와도 곧바로 먹지 않는다. 인증 사진부터 찍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다.
이제 맛집은 우리 시대 최고의 즐거움이자 이야깃거리가 됐다. 20∼40대 여성들에게 맛집은 블로그 혹은 SNS와 ‘연관어’로 여겨질 만큼 한 몸체로 붙어 있다. 여성들이 블로그나 SNS를 통해 강조하려는 메시지는 이렇다. ‘나, 이거 먹고 있다!’ 자신의 행복한 경험을 나누고 싶은 것이다.
음식은 개인을 넘어 관계로 확장된다. 여성에게 ‘맛’이란 ‘분위기’를 포함한 단어다. 그들의 호불호 판단에는 ‘어떤 분위기에서 누구와 함께 식사를 했느냐’가 종합적으로 작용한다. 맛있는 음식을, 통하는 사람과 함께 먹는다면 여성들에게는 그 순간이 행복의 절정이다. 그들은 경험의 공유에서 최고의 만족을 느끼기 때문이다.
여성들은 생동감 있는 사진과 아기자기한 이야기로 블로그를 꾸며 사람들의 호기심과 공감을 끌어낸다. 남자들에게는 ‘잘 먹으면 끝’인 식사가 여자들에게는 공유할 수 있는 스토리로 재탄생하는 셈이다.
한상복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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