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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책]문방구집 아들 방구, 괴물과 마주치는데…

입력 | 2013-06-01 03:00:00

◇괴물 쫓는 방구탐정/고재현 글·조경규 그림/204쪽·9800원·창비




아이들이 커가면서 한 번쯤 탐닉하게 되는 장소 중에 문방구가 있습니다.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죠. 그 문방구집 아들은 숙명적으로 ‘방구’라는 묘한 별명을 갖게 됩니다. 얼마 전 문방구를 소재로 한 영화에서, ‘큰 방구, 작은 방구’라며 자신들을 소개하던 문방구집 형제도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커가면서 한 번쯤 탐닉하게 되는 직업으로 탐정도 있습니다. 이 또한 거부할 수 없는 매력입니다. 어떤 일을 하는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변장 사건 추적 미행 등의 단어와 엮여 묘한 긴장을 느끼게 합니다. 소설이나 영화, 만화 등에 등장하는 탐정은 언제나 멋있습니다.

그렇게 책 제목이 되었습니다. 제목에 걸맞게 추리물입니다. 이번이 방구탐정이 활약하는 두 번째 책인데, 첫 책에서는 귀신을 잡더니 이번 책에서는 괴물을 쫓아다닙니다. 그런데 이 괴물이 무엇인지 쉽게 모습이 드러나지 않습니다.

네 편의 이야기가 모여 한 권의 책이 됐습니다. 한 편만 읽어도 이야기는 완성됩니다. 하지만 각 이야기가 ‘괴물이 나타났다, 괴물이 살아 있다, 괴물이 다가왔다, 괴물을 보았다’로 시작되고 보니 과연 이 괴물이 무엇인지 점점 궁금하고 긴장됩니다. 마지막 편에서는 괴물이 방구탐정의 엉덩이를 슬쩍 건드리고 가기도 합니다.

결론적으로 방구탐정과 그 친구들은 이런저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괴물을 잡지는 못했습니다. 잡을 수 있었지만 잡으면 안 될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이 괴물의 정체가 참 묘합니다. 괴물의 정체가 드러나고 나니, 읽는 이가 더 긴장됩니다. 우리 옆에 있을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어서입니다.

아이들의 흥미를 끌 수 있는 장르임에도 우리 동화 중 추리물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이야기를 마칠 때까지 긴장감을 유지한다는 것이 쉽지 않아서 그런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이 책을 쓴 작가를 주목하게 됩니다. 적당한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아이들이 재미있어 할 부분을 놓치지 않고, 거기에 사회적인 메시지를 얹어내는 솜씨가 돋보이는 작가입니다.

김혜원 어린이도서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