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린이용 제품 선호 ‘키덜트族’ 늘어… 관련상품 줄이어
한샘의 자녀방 가구 ‘메이엘(왼쪽)’은 작은 사이즈와 풍부한 수납공간으로 여대생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오른쪽은 가치소비형 키덜트를 겨냥해 출시된 베베쿡 ‘유기농 베이비 루이보스티’. 각 회사 제공
이 씨처럼 자신만의 필요 때문에 어린이용 제품을 찾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런 사람들을 ‘가치소비형 키덜트(Kidult·Kid(어린이)와 Adult(성인)를 합친 말)’라고 부른다. 어린이용품 제조업체들은 이런 사람들을 고객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어린이와 성인이 함께 쓰는 콘셉트의 ‘하이브리드 키즈 제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가치소비형 키덜트 중 가장 흔한 유형은 크기가 커 부담스러운 성인용 제품 대신 부피가 작은 어린이용 제품을 사서 쓰는 사람들이다. 한샘의 어린이용 가구 ‘메이엘’은 ‘동화 속 침실과 공부방을 꿈꾸는 소녀를 위한 가구’라는 콘셉트로 2009년 개발됐다. 그렇지만 현재 실제 구매 고객 중 17%가 여대생들이다.
성인용보다 친환경적이라는 이유로 어린이용 제품을 찾는 사람들도 있다. 이마트에서 판매하는 유아용 식기 중에서 최근 가장 잘 팔리는 것은 옥수수 등 친환경 소재를 이용한 제품들이다. 출시 이후 매출이 매년 20% 이상 늘고 있다. 이마트 측은 이런 고성장세의 배경에 성인 고객들의 상당한 기여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남주애 이마트 주방용품 바이어는 “건강에 관심이 많은 성인 고객들이 어린이용 친환경 그릇을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며 “조만간 성인용 식기 라인에도 친환경 소재 제품을 도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어린이용과 성인용의 경계가 모호해짐에 따라 아예 두 소비계층을 동시에 겨냥하는 제품들도 속속 나오고 있다. 유아식품 브랜드 베베쿡이 지난달 출시한 유기농 발효차 ‘유기농 베이비 루이보스티’는 기획 단계부터 유아와 성인 여성을 동시에 타깃으로 삼았다. 베베쿡 측은 베이비 루이보스티는 떫은맛이 없어 유아용으로 적합하고 동시에 노화 방지와 피부미용 효과가 있어 엄마도 함께 마실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네오팜은 지난해부터 보습 화장품 브랜드 ‘더마-비(B)’ 광고 모델로 아역배우 김유정(14)을 내세우고 있다. 어린이와 성인을 동시에 공략하기 위해 중간 정도의 나이에 가족적인 이미지를 가진 사람을 골랐다는 게 네오팜 측의 설명이다. 네오팜 관계자는 “피부 건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성인들이 유아용 저자극성 제품을 많이 찾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권기범 기자 kak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