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경(26·요진건설)이 2일 경기도 이천 휘닉스 스프링스 골프장에서 열린 ‘E1 채리티 오픈’ 최종 3라운드에서 김효주(18·롯데)의 추격을 따돌리고 5년 만에 KLPGA 투어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이 확장된 뒤 기쁨을 나누고 있는 김보경(오른쪽)과 그의 아버지. 사진제공|KLPGA
E1 채리티 오픈 206타 우승…통산 2승
골프독학 아버지 김정원 씨, 캐디 자처
“9번홀 아버지 덕에 버디…분위기 전환”
딸의 우승을 위해 9년 동안 골프백을 메고 필드를 누빈 아버지는 관절까지 안 좋아졌다. 우승은 그동안의 고생을 모두 잊게 했다.
김보경(26·요진건설)이 ‘괴물신인’ 김효주(18·롯데)의 추격을 뿌리치고 5년 만에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우승했다.
김보경은 2일 경기도 이천 휘닉스 스프링스 골프장(파72·6496야드)에서 열린 ‘E1 채리티 오픈’(총상금 6억원·우승상금 1억2000만원) 최종 3라운드에서 3언더파 67타를 치며 합계 10언더파 206타로 우승했다. 김효주는 8언더파 208타로 2위에 만족했다.
우승의 뒤에는 묵묵히 자신을 위해 애써온 아버지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다.
김보경의 부친 김정원(57) 씨는 ‘골프대디’다. 딸이 프로골퍼가 되기 전에는 부산에서 장사를 했다. 프로에 데뷔한 2005년부터 지금까지 9년 동안 딸의 캐디를 하고 있다.
넉넉하지 못한 가정형편에 캐디피(대회당 약 50∼80만원)라도 아껴보자는 생각에서 시작했다. 1년에 20여 개 대회에 출전하니 1000여만원 정도를 줄일 수 있었다.
사실 김보경의 부친은 골프를 전혀 모른다. 지금까지 한 번도 골프를 해본 적이 없다. 김보경이 골프를 배우게 된 건 전혀 다른 의도에서였다. “나쁜 길로 빠지느니 차라리 운동을 하는 게 낫다”는 생각에서 초등학교 6학년 때 후배가 하는 실내 골프연습장을 보냈다.
프로골퍼인 딸과 골프를 모르는 아버지 사이엔 별의 별일도 다 있었다.
김보경은 “처음 캐디를 시작하셨을 때는 그린에서 경사를 읽는 것조차 모르셨다. 심지어 반대로 볼 때도 있었다. 2년 전에 아버지와 다투는 일도 많았다. 성적이 안 좋았는데 나도 아버지도 원인을 찾지 못하면서 다투는 일이 많았다”고 말했다.
9년 간 함께 생활하다보니 이제는 마음이 잘 맞는다. 이날 승부처에서도 아버지의 조언이 빛났다.
김보경은 “9번홀에서 165m를 남겨두고 4번 아이언을 선택했다. 그 순간 아버지가 ‘짧을 것 같다’며 19도 하이브리드 클럽으로 바꾸라고 했다. 아버지의 선택이 맞았다. 공이 홀에 가깝게 붙어 버디를 잡을 수 있었다. 분위기를 바꾸는 전환점이 됐다”고 말했다.
김보경은 “저는 덤덤했어요. 그런데 아버지는 우셨다고 하더라고요”라며 웃음을 지었다.
한편 김효주가 2타 뒤져 2위(8언더파 208타)에 오른 가운데, 이정은(25·교촌치킨)은 7언더파 209타로 3위, 홍란(27·메리츠금융)과 이민영(21·LIG손보), 한승지(20·한화)는 공동 4위(6언더파 210타)를 기록했다.
이천|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트위터 @na18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