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9명 강제북송 파문]“납북 일본인 아들 여부 확인했어야” 정부내서도 뒷북 대응 비난 목소리… 北인권단체 3일 무사안일 규탄 회견
자유 향해 V 사인했는데… 강제 북송된 탈북 청소년 9명이 라오스로 떠나기 직전 중국 은신처에서 찍은 마지막 사진. 승리의 V자를 그리거나 활짝 웃으며 들떠 있다. 앞줄 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유일하게 꽃제비 출신이 아니어서 납북 일본인의 아들이거나 중요 인물로 추정되는 백영원 씨(20·점선). 탈북을 도운 선교사 주모 씨의 부인은 모자이크 처리했다. 박선영 물망초재단 이사장 제공
정부 관계자는 2일 “탈북 청소년들이 추방된 뒤 명단을 확보하고 정보망을 동원해 이들 9명의 신원 파악을 시작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한 정보수집 활동인 휴민트, 북한 통신 감청 등의 정보망이 가동된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관계자는 “송환 전에 알았다면 정부의 대응 자체가 달라질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인권 단체들은 “라오스에 억류됐을 때 주(駐)라오스 한국대사관이 이들에 대한 접근과 신원 파악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했다. 그것은 정부의 당연한 책무”라고 말했다. 그랬다면 북송된 탈북 청소년 중 유일하게 꽃제비(일정한 거주지 없이 먹을 것을 찾아다니는 떠돌이)가 아닌 백영원(20)에 대해 확인할 수 있지 않았겠느냐는 지적도 있다. 백영원은 △8명의 꽃제비와 달리 북-중 접경지역인 양강도 혜산시 출신이 아니라 동해안의 함경남도 함흥에서 왔고 △올해 2월에야 합류했으며 △‘남한의 가족을 꼭 찾으라’는 어머니의 말을 듣고 탈북했다고 한다. 북한이 이례적으로 속전속결로 이들 9명을 비행기로 북송시킨 미스터리를 풀 수 있는 열쇠를 쥐고 있는 인물일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사단법인 물망초의 박선영 이사장(전 국회의원)은 “북송된 탈북 청소년들은 저마다 탈북하기까지 생사를 넘나든 가슴 아픈 이야기를 갖고 있다”며 “북송됐다고 이들을 잊어서는 결코 안 된다”고 말했다. 이들 9명 중 가장 나이가 어린 노애지(15·여)는 2년 전 13세 때 중국인에게 납치돼 중국으로 팔려갔다. 노예처럼 부려졌고 성적 학대까지 받았다고 한다. 이번이 세 번째 탈북이었는데 자유를 눈앞에 두고 다시 사지로 끌려간 것이다.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과 북한인권개선모임은 3일 ‘라오스 한국대사관의 무사안일 규탄 긴급 기자회견’을 연다. 이에 대해 외교부 측은 “라오스 당국이 우리의 영사면담 요청을 거부한 상황에서 탈북 청소년들을 만나기 위해 접근했다가 상황이 악화될 것을 우려했다”고 해명했다.
한편 북한의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는 1일 ‘국제아동절’을 맞아 어린이 11명의 편지에 일일이 친필 답장을 보냈다고 북한 매체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한 대북소식통은 “9명의 청소년을 강제 북송해놓고 마치 어린이를 챙기는 자상한 아버지의 모습처럼 선전하는 것이야말로 김정은과 북한의 실상”이라고 비판했다.
윤완준·이정은 기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