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청소년 9명이 라오스와 중국을 거쳐 강제 북송된 이후 북한인권법 제정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새누리당은 북한인권법 제정을 6월 임시국회의 중점 법안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북한의 인권 실태를 조사하고, 인권 개선을 촉진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기구를 설립하며, 북한 관련 민간단체들의 활동을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북한인권법을 일찍 만들었더라면 강제 북송 사태를 막을 수 있었을지 모른다.
북한인권법은 2005년 처음 추진됐으나 북한을 자극해 남북 관계를 경색시킬 수 있다는 당시 열린우리당(현 민주당)의 반대로 무산된 이후 8년째 진척되지 않고 있다. 2004년과 2006년 미국과 일본이 각각 북한 인권 관련법을 만든 것과 대조적이다. 미국은 북한인권담당 특사를 임명했고, 올해 1월에는 외국을 떠도는 탈북 어린이들을 위한 북한어린이복지법도 발효시켰다. 현재 국회에는 조명철 새누리당 의원과 심재권 민주당 의원 등이 발의한 6개의 서로 다른 북한인권법안이 계류 중이다.
민주당은 올해 5월 4일 전당대회에서 ‘인류의 보편적인 가치로서 북한 주민의 민생과 인권에 대해 관심을 갖고 노력한다’는 내용을 포함시킨 새 강령과 정강정책을 채택했다. ‘인도적 지원과 남북 화해협력을 토대로’라는 단서를 달긴 했지만 상당한 변화다. 김한길 대표가 취임한 이후 북한을 대하는 민주당의 태도도 이전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민주당이 안보와 대북 문제에서 진정 국민에게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려면 북한인권법 제정에 적극 협조할 필요가 있다.
이번 사태는 탈북자와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국제사회의 관심을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한국 정부는 외교적인 역량을 총동원해 국제사회의 지원과 협력을 최대한 얻어내야 한다. 라오스 정부에 대해서도 항의할 것은 하면서 탈북자들의 탈출 루트를 계속 유지한다는 차원에서 라오스를 다시 우리 편으로 끌어들이도록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