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강경진압이 사태 악화시켜… 수도 앙카라 등 48개 도시로 번져
“철권통치에 대한 불만 표출” 분석도

경찰이 지난달 28일부터 게지 공원을 지키기 위한 모임을 가져온 시위대를 31일 최루탄과 최루액, 물대포로 강제 진압한 것이 사태 확산의 발단이 됐다. 행정법원의 공원 철거작업 일시 중단 명령을 무시한 경찰의 과격한 진압으로 실명자가 나오는 등 시위대 53명이 다쳤고 경찰관 26명도 부상을 입었다. 또 시위대 939명이 연행되고 138명이 구금됐다.
그러자 공원 사수 시위가 1일부터 반정부 집회로 급속히 확산됐다. 이날 수도 앙카라 등 48개 도시에서 90여 건의 시위가 일어났다. 일부 시위대는 시위 축소보도에 불만을 표하며 방송국 중계차를 공격하기도 했다.
당초 시위는 나무 600여 그루를 자르고 공원을 없애는 대신에 보행자 구역과 문화센터 등을 만드는 재개발 계획을 저지하려고 시작됐다. 탁심연대 등은 “이스탄불 베이올루 구에 남은 마지막 숲이 없어지고 쇼핑 단지들이 들어설 것”이라며 공원에 텐트를 치고 건설회사 중장비의 진입을 막는 ‘탁심 점령(Occupy Taksim)’ 시위를 벌였다.
그러나 에르도안 총리는 1일 “탁심 광장에서 극단주의자들이 날뛰게 두지 않겠다”며 공사를 강행하겠다고 말해 시위대를 자극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으로 경찰의 진압과 에르도안 총리를 비판하는 여론이 빠르게 퍼져 나갔다.
사태 악화를 우려한 압둘라 귈 대통령의 지시로 1일 경찰이 광장에서 철수하자 야권인사를 포함한 시민 수만 명이 광장에 집결했다. 또 5000명가량의 시위대가 총리공관으로 몰려가자 경찰은 최루탄과 물대포로 진압했다. 이로 인해 집무실 유리창이 깨지고 경찰차가 불탔으며 경찰관 7명이 부상했다.
외형상의 이유와는 달리 이번 시위는 갈수록 독재화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 에르도안 총리에 대한 불만이 곪아 터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BBC방송은 시위 참가자들이 터키의 지나친 이슬람화를 우려하고 있으며 에르도안 총리의 군주 같은 리더십에 반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 주간 옵서버는 이스탄불 등 대도시에 인구가 몰려들면서 건설 붐이 일었고 이 과정에서 만연한 부패에 대한 불만이 반정부 시위로 표출된 것이라고 보도했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