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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다르게 찰칵] 1. 사진으로 영화를 만드는 '로모키노'

입력 | 2013-05-30 18:31:36


세상에는 재미있는 카메라가 아주 많다. 별것 아닌 풍경을 그럴싸한 작품처럼 찍어주거나 친구의 얼굴을 우스꽝스럽게 만들기도 하고 여러 장면을 한 프레임에 담는 것도 있다. 이런 카메라들은 심심한 일상에 색깔을 넣어준다.

이렇게 특색 있는 카메라가 많은데도 단지 ‘편하다’는 이유로 디지털카메라나 스마트폰의 기본 카메라 애플리케이션만 사용하진 않나? 디지털카메라로 촬영하면 (심지어 얼굴의 모공까지 다 보일 만큼) ‘사실적인’ 사진을 얻을 수 있다. 있는 그대로도 좋지만, 범죄 현장의 증거 사진이 아니라면 꼭 그래야 할 필요가 있을까? 조금 과장되거나 다른 느낌의 사진이 오히려 추억을 더 잘 표현하기도 한다. 그래서 다양한 카메라를 소개하는 연재 코너를 준비했다. 순간의 기억을 빛내줄 ‘색다른 카메라’, 그 처음은 로모카메라의 ‘로모키노(LOMOKINO)’다.

로모키노?


로모키노는 ‘움직이는 것’을 찍기 위해 태어났다. 이 카메라는 일반 카메라처럼 가만히 있는 피사체를 한장 한장 찍는 것이 아니라 (카메라 구조상 그렇게 찍기도 어렵다) 움직이며 계속 변화하는 피사체를 찍는 용도다. 친구의 춤 추는 모습, 산책하는 강아지, 자전거 타는 행인 등을 마치 영화 감독인 양 찍어 보자.


로모키노는 렌즈가 플라스틱으로 된 토이카메라이기 때문에 뛰어난 사진 품질을 기대하긴 어렵다. 렌즈 밝기도 f5.6로 어두운 편. 실내에선 플래시가 없다면 되도록 찍지 않는 편이 좋다(플래시는 따로 판매한다). 

사진 품질이 별로면 어떠랴. 찍는 이와 찍히는 이가 즐거운 추억을 만들고 이를 간직할 수 있다면. 로모키노는 그런 ‘열린 마음’으로 접근해야 그 가치를 느낄 수 있는 카메라다.

로모키노의 사용법을 한글로 설명한 자료가 많지 않다. 로모키노 마이크로 사이트 ‘영화 제작 노트’ 메뉴(http://microsites.lomography.co.kr/lomokino/productionnotes)에 한글로 된 설명이 있지만, 용어가 어려워 이해하기 쉽지 않다. 차라리 그 페이지의 사용법 동영상을 차근히 시청하길 권한다.

영사기를 닮은 디자인


‘영화를 찍는다는’ 그 목적답게 로모키노는 영사기를 닮았다. 검은 플라스틱 소재가 쓰여 처음 봤을 때 장난감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묵직하고 중후한 느낌을 원했다면 실망할 수 있겠다. ‘LOMOKINO SUPER MOVIE MAKER’라고 쓰인 부분이 독특해 재미있다. 35mm 필름을 사용하기 때문에 빨간색 ‘35’가 있을까? 전체적으로 복고 느낌의 디자인이라 인테리어 소품으로 써도 좋겠다. 무게도 일반 스마트폰 정도로 가벼워 한 손으로 들기 좋다. 


앞면에 렌즈와 접사용 버튼(그래 봤자 60cm지만), 노출 조절계가 있다. 60cm 정도 거리의 가까운 물체를 찍을 땐 접사용 버튼을 눌러야 한다. 노출 조절계에는 ‘5.6’, ‘8’, ‘11’이라고 적혀있다. 이는 조리개 수치를 표시한 것인데 숫자가 커질수록 한 번에 받아들이는 빛의 양이 적다. 빛이 반사되는 눈부신 설원이나 바닷가가 아닌 이상 웬만하면 5.6에 두고 쓰길 권한다. 렌즈 자체가 어둡고 셔터 속도를 조절할 수 없으므로 최대한 조리개를 많이 여는 편이 안전하다. 


제품 왼쪽 면에는 스트랩 등을 달 수 있는 홈, 필름 감개, 필름 잔량 표시등이 있다. 사용법은 아래에서 설명한다. 제품 오른쪽 면에는 사진을 찍을 때 돌리는 ‘크랭크’가 있다. 일반 카메라는 셔터 버튼을 눌러 사진을 찍지만 로모키노는 ‘무비 메이커’답게 이 크랭크를 돌려 사진을 찍는다.


제품 윗면에는 플래시를 장착할 수 있는 액세서리 슈와 뷰파인더가 있다. 처음에는 복잡하게 생긴 이것이 뷰파인더인지 몰랐다. 동그란 버튼을 당기면 뷰파인더가 올라오는데 이 부분을 오른쪽 눈에 대고 사진을 찍는다. 사용해보니 그다지 정확하진 않다. 단순히 참고용으로만 활용하고 자신의 ‘감’을 믿어보자.

필름을 끼우자

필름 카메라인데 필름을 구할 수 없는 심대한 문제가 발생했을 수 있다. 믿기 어렵겠지만, 예전에는 편의점에서도 필름을 팔았다. 지금은 필름 카메라를 사용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 보니 자연스레 필름을 파는 곳도 별로 없다. 필름을 현상해주는 사진관이나 인터넷 쇼핑몰에서 필름을 구매해야 한다.


어찌 됐건 필름을 구했다면 이제 로모키노에 필름을 장착한다. 제품 양옆의 버튼을 누른 채로 앞면을 분리한다. 꽤 복잡하게 생긴 내부와 맞닥뜨릴 것이다. 긴장하지 말고 차근히 따라 하면 된다.


제품 왼쪽 면의 필름 감개를 잡아당겨 빼고, 필름 넣는 부분의 모양에 맞춰 필름을 넣는다. 어쩐지 필름을 거꾸로 넣은 듯한 느낌이 들지만 이것이 정상이다. 그 후 필름 감개를 다시 눌러 넣는다. 이제 필름을 죽 잡아당겨 제품 아래에 있는 부품 홈에 끼운다. 아마 조금밖에 들어가지 않을 것이다. 필름이 홈에 걸리기만 하면 된다. 크랭크를 시계방향으로 당겨 필름을 팽팽하게 만든다. 그리고 다시 앞면을 닫으면 된다. 필름 장착이 끝났다.

아마 제대로 필름이 장착된 건지 불안할 것이다(기자가 그랬다). 자동 필름 카메라처럼 필름이 장착됐다는 표시가 없으니 더 답답하다. 그럴 땐 크랭크를 시계방향으로 돌려 사진을 조금 찍은 뒤 어두운 곳(불을 끈 화장실 등)에 가서 조심스레 앞면을 열어보자. 필름이 더 감겨 있다면 필름이 제대로 끼워진 것이다.

촬영하자


준비는 끝났다. 이제 가벼운 로모키노를 들고 밖으로 나가 영화를 찍는 마음으로 사진을 찍자. 앞서 말했듯이 플래시가 없다면 실내 촬영은 추천하지 않는다. 형광등이 많아 꽤 밝다고 생각한 사무실에서 찍은 사진도 동굴에서 찍은 것처럼 어둡게 나왔다. 만약 환한 대낮에 창문 바로 옆에서 조리개를 5.6에 놓고 찍는다면 괜찮다.

뷰파인더에 눈을 대고 오른쪽 손으로 크랭크를 잡아 시계방향으로 돌린다. 방향이 헷갈린다면 크랭크 위를 보자. 화살표가 표시돼 있다. 가까이서 찍을 땐 앞서 말한 접사용 버튼을 누른 채 크랭크를 돌린다. 팔을 쭉 뻗은 거리 정도가 60cm다. 이보다 가깝다면 제대로 초점이 맞지 않을 것이다. 한가지 팁은 살짝 크랭크를 눌러서 돌려야 한다는 것. 크랭크가 무언가 걸린 듯한 느낌으로 돌아가야 제대로 찍고 있는 것이다. 35mm 필름 한 롤로 대략 144컷을 찍을 수 있다. 기자는 한 롤당 평균 146컷을 찍었다.

필름을 감자


필름 잔량 표시등이 빨간색으로 꽉 차면 이제 사진을 다 찍은 것이다. 설명서에는 사진을 다 찍으면 제품 윗면의 액세서리 슈 근처에서 빨간색 표시기가 나온다고 하는데 기자의 제품이 이상한 건지 아쉽게도 필름 두 롤을 찍는 동안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

필름을 감기 위해 필름 감개를 돌린다. 손잡이 부분이 무척 작아 돌리다 보면 손가락이 아프다. 힘주어 돌리다 감개를 손에서 놓치면 그 동안 감았던 것이 풀어지곤 한다. ‘이렇게 하는 게 맞나?’ 하는 의심이 들더라도 인내심을 갖고 끝까지 돌려야 한다. 필름이 모두 감기면 필름 감개가 쉽게 돌아간다. 제품 양옆 버튼을 눌러 앞면을 연 후 필름을 꺼내면 된다. 이제 필름을 현상하면 찍은 사진을 볼 수 있다.

현상하자

근처 사진관에서 필름을 현상한다. 아마 예전만큼 필름을 현상해주는 사진관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기자의 집 앞 사진관은 필름 현상에 4일이 걸린다고 했다. 가격도 꽤 비쌌다. 다행히 광화문의 한 사진관에서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30분 만에 현상된 필름과 스캔본을 받아볼 수 있었다. 예전에는 사진을 모두 인화하곤 했지만, 디지털 시대인 지금은 스캔한 파일을 CD에 담아 온다. 마음에 들지 않는 사진까지 인화하지 않아 좋고 이편이 값도 저렴하다. SNS를 이용해 친구에게 보내주거나 웹 사이트에 올리기도 편하다.


사진관 사장님께 “사진 잘 나왔나요?”라고 물으니 단박에 “잘 안 나왔어요”라고 대답하셨다. 웬만하면 잘 나왔다고 하실 법도 한데 바로 안 나왔다고 하시다니. ‘상태가 얼마나 안 좋으려나’ 불안해졌다. 다행히 야외에서 찍은 사진들은 꽤 괜찮게 나왔다. 다만, 사무실에서 찍은 사진들은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운 것이 꽤 많았다. 안타까운 마음에 사진 편집 프로그램으로 보정해 보았지만, 심각한 노이즈는 어찌하지 못했다. 실내에서는 플래시를 장착해 사용할 것을 권장한다.


친구가 찍어준 사진 중에는 렌즈를 손가락으로 가린 것도 있었다. 그것도 모르고 신 나게 포즈를 취한 자신을 생각하니 웃음이 났다. 친구에게 사진을 부탁할 땐 렌즈의 위치를 정확히 알려줘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로모키노는 홍대 로모그래피 스토어(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362-14 / 02-326-0255)나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 구매할 수 있으며, 정가는 8만 8,000원이다.

다음 기사는 필름을 직접 스캔할 수 있는 ‘스마트폰 필름스캐너’를 소개한다. 방금 현상한 따끈따끈한 필름이든 장롱 속에 묵어있던 필름이든 스마트폰으로 스캔해 추억을 살려보자. 내가 직접 스캔하니 스캔비도 무료고 SNS 등으로 친구에게 보내기도 편하다.

글 / IT동아 나진희(naji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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