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맞이-위생관리 백화점식 서비스… 시장이 활짝 웃다
“원산지 표시는 이렇게 하세요” 재래시장 명품시장 만들기에 나선 롯데백화점 직원들이 5월 30일 오전 서울 중구 약수시장의 한 기름집에서 주인에게 원산지 표시 및 위생 점검에 대한 정보를 설명해 주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 표정이 바뀌니 시장 분위기가 밝아져
한 달에 한 번 서비스 교육에 앞서 상인들은 난타연주를 함께 배운다. 상인이 신명나야 장사도 잘 된다는 취지에서다. 시장에서 구입한 냄비, 프라이팬 등을 북채로 두들기면서 그동안 쌓였던 스트레스를 날려버린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나중에는 음악에 맞춰 신명나는 합주를 선보였다.
‘왕건보쌈’ 김복순 사장(50·여)은 “처음에는 서비스 교육을 한다더니 뭘 이런 걸 하나 했는데 스트레스가 확 풀렸다”며 “장사에 바빠 나 자신을 돌아볼 겨를이 없었는데 기분이 좋아지니까 손님한테도 더 잘하고 음식 맛도 좋아진 것 같다”고 웃었다.
롯데백화점은 백화점식 서비스·점포관리 요령을 전통시장에 맞게 재구성한 책자를 만들어 상인들에게 나눠줬다. 상황별 인사요령, 농·수산물과 가공품 진열관리, 단골 많은 집의 응대 노하우, 손님을 떠나보내는 실수, 서운한 손님의 마음을 풀어주는 방법 등을 자세히 설명해 준다.
김영희 롯데백화점 서비스아카데미 팀장은 “강당에 모아놓고 배꼽인사 하는 식의 일회성 친절교육보다는 현장에서 직접 체감할 수 있는 노하우를 전달하고 있다”며 “뵐 때마다 상인들의 표정이 밝아지고 있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위생과 안전도 중요한 서비스 포인트. 이날 롯데백화점 시설안전팀 직원들은 적외선 열화상 카메라를 들고 시장 곳곳을 누볐다. 낡은 두꺼비집, 문어발 콘센트에 카메라를 가까이 들이대자 발열이 감지돼 화면이 시뻘겋게 변했다. 이렇게 위험한 곳을 9군데 찾아 누전차단기 등을 새로 교체했다. 위생팀은 식자재를 직접 만지는 정육점 등 상인들의 손에 시약을 묻혀 세균검사를 했다. 검은 비닐봉지에 대충 담아주지 않도록 약수시장 로고가 박힌 백화점식 비닐 쇼핑팩을 제작해 상인들에게 배포했다.
24일에는 낡은 시장 건물 외관도 깨끗하고 새롭게 단장한다. 롯데백화점이 유명작가들을 섭외해 시장 중심의 메인 건물 외벽을 아트월로 예쁘게 바꿀 계획이다. 점포 한 곳은 ‘러브하우스’ 방식으로 산뜻하게 리모델링한다. 반응이 좋고 손님이 늘면 다른 상인들도 따라서 배울 수 있게 모델 점포를 만드는 것이다.
시장 자체적으로도 노력을 멈추지 않고 있다. 약수시장은 ‘사대문 안에서 가장 오래된 떡집이 있는 곳’이라고 불릴 정도로 떡이 주력 상품. ‘약수(藥水)’라는 지명에서 알 수 있듯 남산 줄기인 응봉 기슭 버티고개에 있던 약수가 이곳 떡 맛의 비법으로 알려져 있다. 대를 이어 영업하는 5개의 떡집을 하나로 브랜드화하고 떡 테마카페를 추진해 떡을 중심으로 시장을 알릴 방침이다.
○ 약수시장의 연원
달동네 주민들이 주요 고객이던 시장은 1990년대 후반 지역 재개발로 인해 쇠퇴하기 시작했다. 재개발로 원주민이 떠나면서 단골고객이 끊기고, 1999년 들어선 남산타운아파트의 주민들은 대부분 인근 대형마트를 이용했다. 존폐의 기로에 서자 상인회를 중심으로 자구노력을 전개했다. 2011년 3293m²의 면적에 51개 점포를 갖춘 전통시장으로 인정을 받으면서 특화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김재영 기자 redo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