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체 암모니아 유출돼 폭발 추정… 문 잠겨있고 비상구 좁아 질식사 늘어
3일 발생한 화재로 중국 지린 성 더후이 시 닭고기 생산 및 가공 공장 건물의 한쪽 벽이 무너져 내렸다. 공장 주변에 몰려든 근로자의 가족과 시민들이 화재 현장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다. 더후이=신화 연합뉴스
관영 신화(新華)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6분 더후이 시 미사쯔(米沙子) 진에 위치한 바오위안펑친예(寶源豊禽業) 유한회사 제2작업장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화재는 작업장 설비에 냉매 등으로 쓰이는 액체 암모니아가 유출돼 폭발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화재 발생 당시 폭발음이 3차례 들렸다고 목격자들은 말했다.
불길은 닭을 해체하는 장소인 작업장 전체에 순식간에 옮아 붙었다. 수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한 이유와 관련해 작업장의 여러 문 가운데 1곳만 열리고 나머지는 모두 잠겨 있었기 때문이라는 증언이 나오고 있다. 화재뿐 아니라 암모니아 등 유독가스로 인한 인명 피해도 많았다.
소방차와 구급차 수십 대가 출동해 정오경 불길을 잡았으나 유독가스 유출과 추가 폭발 우려로 생존자 구조와 시신 수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공장 내부 구조가 복잡해 구조 및 수색 작업을 더욱 더디게 하고 있다. 현재 생존이 확인된 이는 100여 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생사가 확인되지 않은 사람도 수십 명에 이른다. 수색작업이 계속되면서 인명 피해 규모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공장 주변은 유독가스 냄새가 진동하고 있다. 소방 당국은 공장 반경 1000m 내의 주민을 모두 대피시켰다.
화재가 발생한 공장은 2009년 9월 문을 열었다. 사료 생산과 병아리 부화 양계 도축 가공 판매 등을 하며 전체 직원은 120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0년 이후 중국에서 50명 이상 숨지는 화재사고가 발생한 것은 이번 사건을 제외하고도 4건이다. 2010년 11월 상하이(上海)의 고층 아파트에서 불이 나 58명이 숨지자 시민 10만 명이 추도식에 참가하는 등 여론이 크게 악화됐다. 이번 화재를 계기로 공장의 안전관리 부실과 정부의 감독 소홀, 공무원 부패 문제 등이 다시 여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사고 현장 수습이 마무리된 뒤에는 본격적으로 사고 원인 및 감독 부실에 대한 조사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