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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OUT]갈 데까지 간 장애인체육회

입력 | 2013-06-04 03:00:00


이승건 스포츠부 차장

갈 데까지 갔다. 대한장애인체육회 산하단체가 상급단체 임원 전원을 해임하겠다고 나섰다. 대한장애인댄스스포츠연맹 홍순원 회장은 이를 위한 임시 대의원총회 소집요구서를 3일 장애인체육회에 제출했다.

혼자만의 돌출 행동이 아니다. 정관에 따르면 임원 해임을 위한 총회 소집 요구는 경기단체 회장, 시도 지부장, 중앙대의원으로 구성된 대의원 54명 중 과반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대표 발의를 한 홍 회장은 “54명 중 32명이 동의했다”고 밝혔다. 절반을 넘는 수다.

이제 장애인체육회 윤석용 회장은 15일 내에 대의원총회를 소집해야 한다. 그러지 않을 경우 감독 기관인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소정의 절차를 거쳐 소집할 수 있다.

총회가 열려 대의원 과반이 출석해 3분의 2가 찬성하면 안건은 가결되고 윤 회장을 비롯해 부회장 5명, 이사 16명 등 임원 22명의 권한이 정지된다. 홍 회장은 “독선과 파행으로 운영되고 있는 장애인체육회를 바로 세우고 재출발하기 위해 결단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장애인체육회는 윤 회장이 직원을 폭행한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으면서 파행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문체부는 올 1월 1심에서 벌금형을 받은 윤 회장에게 직무정지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최종심이 아니라는 이유로 윤 회장이 법원의 가처분 신청을 통해 업무에 복귀한 3월 이후 혼란은 더 심해졌다. 윤 회장은 지난달 3일 손진호 사무총장을 직위해제했다. 윤 회장과 문체부 출신인 손 총장은 이전부터 업무 전반을 놓고 대립한 데다 손 총장이 회장 직무정지 기간 중 대행 추대를 주도했기에 보복성 인사라는 얘기가 설득력을 얻었다.

이후 상황은 더 가관이다. 회계 책임자가 후원 물품을 빼돌린 게 드러났는가 하면 훈련원 버스운전사 2명이 경기단체를 상대로 금품을 갈취한 사실마저 밝혀졌다. 수장의 도덕성이 문제가 되다 보니 직원들까지 비리 불감증에 걸린 것은 아닐까. 이런 상황에서 일상 업무가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지난해 런던 장애인올림픽에 대한 기업 후원은 2008년 베이징 대회와 비교해 급감했다. 경기불황 탓이라기보다는 후원하려는 대상의 이미지가 문제였다. 장애인체육회가 하루빨리 본연의 업무에 충실할 수 있는 조직으로 돌아오기 바란다.

이승건 스포츠부 차장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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