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인권단체, 정부 대응 비판
김 사무국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국대사관은 라오스 당국과의 협력이 원활히 되고 있으니 조용히 있으면 한국대사관에 탈북 청소년들의 신병이 인도될 것이라고 했다고 들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도와 달라”는 요청에 “기다리라”는 말만 되풀이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라오스 북부 우돔사이에서 탈북 청소년들이 체포된 10일부터 그렇게 요구했다고 한다”며 “언론에 알리면 라오스 당국이 북한의 입장을 고려해 북한으로 보낼 가능성이 있다는 뜻인데 결국 알리지 않았기에 북송된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 북한인권단체와 외교부의 공방전으로 비화
2006년 11월 19일엔 탈북 청소년 3명이 라오스 당국에 체포됐으나 한국대사관이 외면해 5개월간 수도 비엔티안의 감옥에 수감돼 있었다고 김 국장은 주장했다. 2006년 6월엔 김 국장이 탈북자들과 라오스 감옥에 수감된 뒤 주라오스 한국대사관의 영사에게 알리며 도움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고 한국대사관이 라오스 경찰에 자신을 석방하지 말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2011년엔 탈북 여성과 중국인 남성 사이에서 태어난 이진주 군(11)이 엄마와 주라오스 한국대사관에서 만나기로 했으나 라오스 당국에 체포됐고 대사관이 도와주지 않아 중국으로 강제 송환됐다고 주장했다. 이 사연은 동아일보 2011년 12월 6일자에도 보도된 바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정베드로 북한정의연대 대표는 “얼마 전 주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영사관으로 탈북한 북한 벌목공들이 담을 넘었지만 영사관에 의해 쫓겨났고 탈북자는 미국에 난민 신청을 해 미국으로 갔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 뒤 영사관이 담 높이를 4m 올리고 철조망을 설치했다고 한다. 탈북을 막는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고 덧붙였다.
하태경 의원은 “외교부가 아무것도 안 한 건 아니지만 북한과 라오스가 긴밀한 협조를 했고 북한의 탈북자 정책이 강화되는 추세가 있었음에도 이에 대응하지 못하고 기존 매뉴얼대로, 타성대로 했던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 “의문의 백영원은 북한의 관심 인물일 가능성”
하 의원은 특히 탈북 청소년 중 이번 속전속결 북송의 원인으로 추정되는 백영원(20)에 대해 “유일하게 꽃제비 출신이 아니어서 일본 납북 여성의 아들이 아니더라도 다른 고위급 자제와 연관되는 등 북한 정부가 관심을 가질 인물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음 주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위원들이 한국에 온다”며 “유엔과 국제사회에서 ‘북송된 탈북 청소년들을 원하는 곳에서 살 수 있게 해 주라’는 판결 등이 나오면 북한이 반응을 보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방한하는 COI 위원은 세르비아 인권운동가 출신의 소냐 비세르코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대북 매체인 자유북한방송은 이날 ‘평양 소식통’과의 통화 내용이라며 “북송된 9명은 지난달 29일 평양 근처 순안초대소에 격리 수용된 채 교육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소식통은 “탈북 청소년들이 체포돼 긴급 호송된 것은 김정은의 지시에 의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라오스 주재 북한대사관과 외무성 관계자들이 9명의 체포 소식을 지난달 19일 김정은에게 직접 보고하자 다음 날 ‘그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신병을 인도 받으라’고 대사관에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자유북한방송에 따르면 이 소식통은 “김정은의 지시로 국가안전보위부에서 파견된 요원 2명과 현지 보위원, 대사관 직원 2명 등 총 5명의 관계자가 특별 임무 수행에 착수했다”고 주장했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