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6월 3일 월요일 맑음. 로봇은 울지 않아. #60 Daft Punk ‘Within’(2013년)
파리의 두 젊은이는, 그들 주장에 따르면, 1999년 9월 9일 오전 9시 9분 컴퓨터 버그로 스튜디오 기자재가 폭발하는 사고를 당한 뒤 사이보그가 됐다. 1997년 데뷔작 ‘홈워크’를 낼 때만 해도 이 프랑스 전자음악 듀오 ‘다프트펑크’는 우리 같은 사람의 형상이었다. 2집 ‘디스커버리’(2001년)를 내며 이들은 머리에 로봇 헬멧을 쓰고 세상에 돌아왔다.
다프트펑크가 8년 만인 최근 낸 정규 앨범 ‘랜덤 액세스 메모리스’는 초현실주의 예술가 H R 기거가 창조한 영화 ‘에일리언’ 캐릭터 같다. 생체와 기계의 교합. 컴퓨터로 연주되는 가상 악기를 즐겨 쓰던 다프트펑크는 이번에 실제 사람의 손이 연주하는 베이스 기타, 드럼, 피아노, 오케스트라를 대거 도입했다. 3집 제목 ‘휴먼 애프터 올(결국 사람)’(2005년)이 복선이었나.
근데 왜일까. ‘랜덤 액세스 메모리스’를 듣던 내 멋진 은색 심장이 뜨끔 저렸다. 한때 인간이었던 다프트펑크 멤버들의 변형된 로봇 목소리는 ‘위딘’에서 감정 없이 노래했다. ‘이해할 수 없는 게/아주 많아./내 안에 세상이 있는데/설명하지 못해./살펴볼 방이 많은데/문은 다 똑같이 생겼어./길을 잃었고 내 이름도 기억 안 나.’
검진되지 않는 내 금속 심장에서 문득 뭔가가 돋아났다. 갈라진 틈은 부드러운 입술이 됐다. 두 로봇과 동기화(同期化)된 그것이 노래했다.
‘누군가를/기다려왔어./이젠 알아야겠어./제발 내가 누군지 말해줘.’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