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 현대백화점 근처에 단독주택을 소유한 무역업자 허모 씨(57). 수년간 전세 세입자를 들였지만 은행 금리가 계속 떨어지자 수익을 올릴 방법을 고민 중이었다. 그러던 허 씨 눈에 신촌 거리를 오가는 많은 외국인 여행자들이 들어왔다. ‘게스트하우스는 어떨까?’ 》
지난달 27일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서울시가 개최한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 아카데미’에는 200여 명의 인파가 들어찼다. 김현호 서울시 관광정책과 주무관은 “이렇게까지 인기가 있을 줄은 몰랐다”라며 “장장 6시간의 강의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이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고 말했다. 》
‘24게스트하우스’ 신촌점에 묵고 있는 홍콩 관광객들. 게스트하우스도 프랜차이즈화하고 있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게스트하우스는 젊은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한 기숙사형 숙박업소. 숙박비가 1인당 하루 5만 원 안팎으로 호텔보다 저렴해 주로 외국인 배낭여행객들이 많이 찾는다.
기존에 보유한 주택으로도 사업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숙박업소 부족 사태를 해결하려고 정부는 지난해 1월 1일부터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 지정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총면적 230m² 미만의 단독주택, 아파트, 연립주택, 다세대주택 등에 거주하는 사람이라면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소로 지정받아 외국인 숙박객을 받을 수 있다. 서울시내 게스트하우스는 빠른 속도로 늘어나 지난달 24일 기준 235개소(711실)나 된다.
게스트하우스 프랜차이즈 업체도 등장했다. ‘공간이노베이션’의 ‘24게스트하우스’는 공정거래위원회에 정보공개서가 등록된 게스트하우스 프랜차이즈. 가맹비를 받는 대신 가맹본부에서는 개인들이 어려워하는 예약관리, 홍보 등을 맡는다. 가맹점이 원하면 외국어가 유창한 직원도 파견한다. 공간이노베이션 김보라 과장은 “가맹점 모집 두 달여 만에 8건의 계약이 체결됐다”며 “하루 평균 5건 이상의 문의가 이어질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고 말했다.
게스트하우스 시장이 확대되는 만큼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등록되지 않은 무허가 프랜차이즈 업체가 생기는가 하면 게스트하우스 운영 경험을 내세워 컨설팅을 해준다며 신규 투자자에게 고액을 요구하는 곳도 생겨났다.
전문가들은 초기 비용을 꼼꼼하게 따지라고 조언한다. 주택 매입 또는 임차 비용이나 시설 인테리어 비용이 과할 경우 투자 대비 수익률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창업 전문가인 오승주 세븐위즈덤 컨설팅 대표는 “인테리어에 지나치게 돈을 들여선 안 된다”라며 “프랜차이즈를 통한 창업을 고려 중이라면 가맹본부의 비용 요구가 과하지 않은지, 가맹점과 상생할 수 있는 수익 모델을 갖추고 있는지를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비즈니스호텔과 경쟁도 피할 수 없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부동산팀장은 “3년 내 서울 도심에 깔끔한 비즈니스호텔이 대거 들어설 예정”이라며 “지금은 투자 수익률이 높은 편이지만 장기적으로도 계속 높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