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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18개 대기업 조세피난처에 수익 숨겨 103조원 세금 회피

입력 | 2013-06-05 03:00:00

애플-MS-포드-나이키 등… 美 시민단체 보고서 실태 고발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포드 나이키 등 미국 18개 대기업이 버진아일랜드, 바하마, 버뮤다 제도 등 조세피난처(Tax Haven)에 이익금을 묻어두고 안 낸 세금만 920억 달러(약 103조 원)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포천 500대 기업 가운데 235개 기업은 관련 내용을 금융감독 당국에 제출하는 회계 보고서에도 기재하지 않아 실제 세금 회피 금액은 추정이 어려운 상황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조세 관련 시민단체인 ‘조세정의를 위한 시민들(CTJ)’은 3일(현지 시간) ‘애플만이 아니다’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주요 기업들이 조세피난처를 통해 세금을 피해가는 실태를 생생히 고발했다. 조세피난처는 기업 이익에 대해 법인세를 물리지 않는 국가로 서류상 이곳에 법인을 설립하고 매출을 이 명의로 올리면 현지는 물론 미국에서도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미국 세법은 해외에서 발생한 이익이 본국에 송금될 때에만 30∼35%의 세금을 물린다. 해외에 이익을 쌓아두면 과세하지 않는 허점을 미 글로벌 기업들까지 악용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한국에서 조세피난처를 통한 세금 회피가 이슈가 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에서도 이에 대한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최근 애플이 수입의 상당액을 조세피난처에 묻어두고 세금을 내지 않았다는 의혹으로 미 청문회까지 열린 것이 시발점이 됐다.

CTJ는 포천 500대 기업이 미 증권위원회(SEC)에 제출한 회계 자료를 분석해 이 같은 사실을 밝혀냈다. 해외의 수입을 송금하지 않은 사실을 명시한 기업은 55개이며 이 중 18개가 해외법인이 조세피난처에 있음을 명시했다. 18개 기업은 애플뿐만 아니라 MS 퀄컴 나이키 델 오라클 웰스파고 씨티그룹 포드 JP모건 비아컴 등 미국의 대표적인 기업들이다. 이들이 조세피난처를 통해 회피한 세금만 920억 달러로 추정된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더 큰 문제는 금융 당국에 제출한 회계 자료에서 조세피난처 등 해외 수입에 대해 공개하지 않은 기업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CTJ가 조사 대상으로 삼은 포천 500대 기업 가운데 235개 기업은 이를 공개하지 않았다. 이 기업들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이익은 무려 1조300억 달러(약 1458조 원)에 이른다. 평균 30%의 세율만 적용하더라도 약 437조 원의 세금이 미 과세 당국에 포착되지 않고 빠져나간 셈이다.

애플 등 주요 기업은 해외에서 벌어들인 수입을 국내로 송금할 경우 세제 혜택을 주는 세법 개정안을 만들 것을 미 의회에 강력하게 로비하고 있다. 하지만 CTJ와 공동 연구를 벌인 조세경제정책협회의 매슈 가드너 국장은 “기업들이 해외 조세피난처에 얼마의 수익을 쟁여놓고 있는지 파악조차 쉽지 않은 상황에서 (기업이 요구하는) 세제 개편을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허핑턴포스트에 밝혔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