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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하태원]토네이도 추적대

입력 | 2013-06-05 03:00:00


어렸을 적 누구나 한 번쯤 읽어 보았을 소설 ‘오즈의 마법사’(1900년 작). 무대는 미국 캔자스의 넓은 초원이다. 평화로운 농가에 삼촌 부부와 살고 있는 소녀 도로시는 갑자기 몰아닥친 ‘사이클론’에 휘말려 환상의 나라 오즈에 도착하게 되고 거기서 만난 허수아비, 양철나무꾼, 사자와 함께 신비로운 모험을 하게 된다. 저자 라이먼 프랭크 바움은 ‘사이클론’이 주로 인도양, 아라비아 해에서 발생하는 태풍이라는 사실을 알고 도로시를 데려간 돌풍 이름을 ‘토네이도’로 바로잡았다.

▷토네이도는 주로 미국의 중부와 동부의 넓은 평지에서 발생한다. 깔때기 모양의 회오리바람은 중심 풍속이 수백 km나 될 정도로 강력해 지상의 물체를 가볍게 감아올리는 괴력을 발휘한다. 1931년 미네소타 주에서는 117명이 탄 83t짜리 객차를 날려버렸다는 전설(傳說)도 있다. 산이 많은 우리나라에선 육지가 아니라 바다에서 용오름 현상이 나타난다. 검푸른 바닷물이 솟구쳐 올라가는 모습이 흡사 용의 승천(昇天)을 닮았다 해 붙여진 이름. 지난해 12월 제주도 앞바다에서 마지막으로 목격됐다. 토네이도 인명피해 기록이 없으니 아직은 안전지대다.

▷할리우드 영화 ‘트위스터’(1996년 작)는 미국에서만 5500만 관객을 동원한 재난영화 최대 히트작 중 하나다. 5세 때 토네이도로 아버지를 잃은 조 하딩이 살인 돌풍의 원인을 알아내기 위해 토네이도를 쫓는 ‘스톰 체이서(폭풍 추적대)’로 활약하는 내용이다. 토네이도의 ‘눈’에 특수 관측장비 ‘도로시’를 심기 위해 대자연과 사투를 벌이는 모습은 다시 봐도 감동적이다.

▷지난주 영화 트위스터의 무대 오클라호마 주에서 ‘폭풍 추적대’로 활동하던 기상학자 부자(父子) 등 3명이 토네이도에 목숨을 잃었다. 특수 차량을 타고 안전벨트까지 맸지만 희생자 중 한 명은 800m나 날아갔다. 자신의 직업을 “믿을 수 없는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자연을 더 가까이에서 목격하는 것”이라며 자랑스러워했던 고인들이나, “원하는 일을 하다 떠났으니 행복할 것”이라고 쿨하게 반응한 유족 모두 존경스럽다. 그들의 희생 덕에 우리는 좀더 안전한 세상에 살고 있는 건 아닌지.

하태원 논설위원 triplet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