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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양질의 시간제 일자리에 ‘고용률 70%’ 성패 달렸다

입력 | 2013-06-05 03:00:00


박근혜정부가 임기 5년 동안 일자리 238만 개를 늘리겠다는 ‘고용률 70% 로드맵’을 내놓았다. 고용률은 생산가능 인구(15∼64세) 중 취업자가 차지하는 비율이다. 연평균 47만6000개의 새 일자리를 만들어 2017년 생산가능 인구 10명 중 7명이 일하도록 하겠다는 목표다. ‘저(低)성장 저고용’의 늪을 빠져나오기 위한 새 정부의 핵심 청사진이다.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가 넘는 나라들의 평균 고용률은 72% 정도다. 우리는 10년째 63∼64%에 머물고 있다. 1인당 근로시간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420시간 많다. 이런 추세라면 경제가 연평균 4% 성장하더라도 늘어나는 일자리는 정부 목표의 절반인 연간 23만 개에 불과하다. 제조업을 중심으로 남성 근로자가 장시간 일하던 시대의 낡은 패러다임을 바꾸지 않으면 고용률 70%를 달성하기 어렵다.

이번 대책은 창조경제를 통한 일자리 늘리기와 근로시간 단축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라는 두 가지 방향으로 요약된다. 정부는 문화 과학기술 등 창조 서비스업 분야에서 일자리 163만 개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과거 정부도 비슷한 목표를 세웠으나 성공하지 못했다. 구체적 목표와 실적을 점검하는 성과관리 체계가 없으면 같은 실패를 반복할 수 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방안이다. 정부가 임기 5년간 만들 일자리의 38.7%(약 93만 개)가 시간제 일자리다. 정규직보다 처우가 뒤지지 않는 시간제 일자리를 늘려 여성과 청년들이 고용 시장에 쉽게 진입해 오래 머물도록 하겠다는 정책 방향은 옳다. 하지만 어디서 어떻게 일자리를 만들고 누가 비용을 분담할 것이냐는 각론에서는 해결할 과제가 많다.

‘고용 없는 성장’도 문제지만 정부가 돈을 풀어 일자리를 만드는 ‘성장 없는 고용’은 더 큰 후유증을 낳는다. 공공 부문에서만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를 늘리게 되면 큰 효과가 없다. 민간 기업의 참여와 ‘시간제 일자리는 나쁜 일자리’라는 인식을 바꾸기 위한 노사 간의 고통 분담이 필수다. 사회적 합의 없이 임기 내 숫자 맞추기에만 집착하면 질 낮은 시간제 일자리와 비정규직을 양산해 사회적 갈등을 키울 수 있다.

유럽에서 시간제 일자리를 많이 늘릴 수 있었던 것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근로자의 처우에 큰 차이가 없었기 때문이다. 한국은 두 직종 사이에 격차가 크다. 노사가 한발씩 양보해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실질임금의 감소를 감수하면서 시간제 일자리의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 투자 활성화와 경제 성장을 통해 파이를 키우는 것은 일자리 만들기와 나누기 이전의 필수 조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