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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드림/일자리 클리닉]“자기소개서는 마케팅 핀포인트가 생명”

입력 | 2013-06-05 03:00:00

■ 한국석유공사 인사팀 紙上첨삭




“자기소개서는 단순히 자신을 회사에 소개하기 위한 게 아닙니다. 회사에서 ‘나’라는 상품을 선택하도록 하는 광고지입니다. 그렇게 하려면 자기소개서에 명확한 마케팅 포인트가 있어야죠.”

한국석유공사 인사팀은 자기소개서를 작성하기 전에 명심해야 할 사항을 이렇게 설명했다. 자기소개서는 지원자의 첫인상을 결정짓는 중요한 자료이므로 자신을 좀더 뚜렷하게 표현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번에 석유공사 자기소개서를 가상으로 작성해 본 사람은 숭실대 4학년에 재학 중인 신모 씨와 건국대 4학년인 김모 씨. 첨삭에 나선 석유공사 인사팀은 항목별 600자라는 짧은 분량에도 자신에 대해 구체적으로 표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두 사람 모두 자신들이 실제 석유공사에 입사해 어떤 식으로 기여할지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 질문 의도 파악해 필요한 항목 넣어줘야

석유공사 자기소개서의 1번 문항은 ‘인생 목표 또는 비전’이다. 어느 회사 자기소개서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문항이지만 쉽게 생각하고 매번 똑같이 작성해서는 안 된다는 게 석유공사 인사팀의 조언이다. 단순히 지원자의 인생 목표만 답하지 말고 공사 지원 동기와 잘 연결해서 작성해야 좋은 점수를 얻을 수 있다는 것. 신 씨는 1번 문항에 ‘하고 싶은 일, 즐거워하는 일을 찾고 항상 고민하는 것’이 인생 목표라고 적었다. 인사팀은 “구체적이고 명확한 목표가 아니며 신 씨의 비전이 공사에서 어떻게 쓰일지 알 수도 없다”고 지적했다.

자신의 인생 목표를 공사의 업무나 특성에 끼워 맞추는 것도 금물이다. 김 씨는 1번 문항에서 필리핀 빈민가에서 봉사활동을 했던 경험을 언급하며 “에너지 시설이 부족한 개발도상국을 지원해주는 게 꿈이자 목표”라고 썼다. 인사팀은 “사회봉사에 대해 상세히 기술했지만 입사 동기는 간략하게 썼다”며 “특히 둘 간의 개연성이 부족해 어색하다”고 설명했다.

4번 문항은 ‘자신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3가지’를 서술하는 항목. 김 씨는 일기장, 중고 자전거, 동전지갑을 꼽았다(표 참조). 중고 자전거나 동전지갑처럼 다른 지원자들이 흔히 언급하지 않는 소재를 쓴 점은 인사팀으로부터 좋은 점수를 받았다. 하지만 소재들을 서술한 내용이 흠이었다. 인사팀은 “이 질문은 각자 소중하게 여기는 것을 통해 지원자의 가치관을 확인하려는 항목”이라며 “제시한 소재들을 왜 소중하게 생각하는지, 본인의 가치관이나 장점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설명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 문항별 대답의 통일성도 신경 써야


석유공사의 자기소개서는 총 10가지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항목이 나뉘어 있다 해도 전체 자기소개서를 아우르는 흐름이 있고, 각 항목에 답한 내용이 일맥상통해야 평가위원에게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다.

김 씨의 경우 6번 문항인 ‘자신이 고쳤으면 하는 점 2가지’에서 “다소 서두르는 경향이 있어 일을 할 때 의욕이 앞선다”고 답했다. 8번 문항인 ‘타인과의 의견 대립을 해결한 경험’에서는 “팀 과제를 수행할 때 일단 움직이고 보자는 팀원들에게 맞서 먼저 계획과 시나리오를 정확히 짜고 움직여야 한다고 맞섰다”고 서술했다. 6번에서 말한 급한 성격과 8번에서 설명한 에피소드 속 김 씨의 모습이 상충된다. 인사팀은 “항목별로만 생각하다 보면 전체 자기소개서의 통일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글의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요소”라고 지적했다.

자기소개서를 작성할 때 균형 감각을 잃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신 씨는 대부분의 항목에서 자신의 실제 경험을 적는 데 치중하느라 공사가 자신을 채용했을 때 어떤 기여를 할 것인지에 대한 서술이 부족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김 씨의 경우 1번 문항인 ‘인생 목표’와 3번 ‘석유공사를 표현하라’는 문항에서 사회봉사를 연이어 강조하다 보니 마치 평가위원에게 사회봉사기관 취업을 원하는 것처럼 비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석유공사 인사팀 관계자는 “자신이 직접 경험한 사례를 구체적으로 쓰되 사례를 통해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보여줄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석유공사는 서류전형이 없고 곧바로 필기고사, 면접 순으로 전형을 치르며 자기소개서는 면접 단계에서 평가위원들의 기초 자료로 활용된다. 석유공사 인사팀 관계자는 “평가위원들이 짧은 시간에 자기소개서 내용을 파악할 수 있도록 문장 구조를 두괄식으로 쓰는 게 좋다”면서 “눈에 띄는 포인트가 있어야 평가위원들의 관심을 더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일자리클리닉’은 기업 인사담당자들이 직접 참여해 자기소개서를 첨삭 지도하고 입사 지원 팁,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 등의 정보를 제공하는 코너입니다. 참여를 원하는 청년 구직자들은 청년드림센터 홈페이지(www.yd-donga.com)에서 자기소개서 양식을 내려받아 작성한 후 제출하면 됩니다. 다음 클리닉 대상 기업은 NH농협은행입니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