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희진 산업부 기자
가게 주인이 손님을 막 대하는 모습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한다→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대학 내 온라인 게시판을 통해 영상을 유포한다(손님이 사회적 약자라면 논란은 더욱 증폭된다)→공분(公憤)한 학생들 사이에서 조직적인 불매운동이 일어난다→가게는 문 닫을 위기에 처한다.
남양유업, 배상면주가, CU 등 최근 위기에 빠진 기업들은 소비자의 화를 관리하지 못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영업사원의 욕설이나 대리점주와 가맹점주의 자살이 사건의 1차 원인이었다. 욕설과 자살이라는 소재는 소비자의 격한 감정을 유발했고, 이 때문에 이번 사건은 연예 기사의 가십처럼 자극적으로 다뤄졌다.
남양유업이 주주에게 보냈다는 가짜 편지는 한 달 내내 SNS에서 떠돌고 있다. 해명하는 것조차 핑계로 비칠까 남양유업은 손을 놓고 있다. 욕설 파문과 밀어내기는 남양유업의 잘못이지만, 미확인 루머까지 진짜인 양 퍼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의 분노는 확대 재생산된다. 한 주류업체 관계자는 “고객이 매장을 방문하거나 전화로 항의하던 시절에는 대응이라도 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실체 없는 소비자의 분노는 기업이 위기에 대응할 기회마저 빼앗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업이 도덕적인 문제에 처할 때 시간이 해결해줄 거라는 기대를 접어두라고 조언한다. 사회공헌활동을 통해 긍정적인 기업 이미지를 쌓는 것도 중요하지만 좋은 이미지를 ‘한 방’에 망가뜨릴 수 있는 위험 관리는 더욱 중요해졌다. 이 기회에 얼마나 많은 기업들이 위기관리 매뉴얼을 가지고 있는지 돌아볼 일이다.
기업가 더그 레닉의 저서인 ‘이제는 도덕이다-망한 기업의 리더들이 남긴 교훈’에는 기업이 매사에 도덕적 판단을 할 수 있도록 GPS가 아닌 ‘MPS(Moral Positioning System)’, 즉, 도덕성 측정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제 소비자가 기업을 대하는 눈높이는 높아졌다. ‘제품의 만족도’ 만큼 ‘기업의 철학과 도덕성’이 제품 선택의 중요한 기준이 된 셈이다.
염희진 산업부 기자 salth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