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도왔던 선교사가 전하는 북송 청소년들의 처참했던 삶
강제 북송된 탈북 청소년 9명 중 한 명인 정광영(20)은 2010년 12월 중국 지린(吉林) 성 창바이(長白) 현의 쓰레기 더미에서 꽃제비들과 함께 살았다. 중국 공안에게 매를 맞아 앞니가 부러졌다. 공안의 총부리가 머리를 짓이겨 정수리 왼쪽에 피고름이 가득했다. 이 9명의 탈북을 도운 주모 선교사는 박선영 물망초재단 이사장에게 “짜낸 피고름이 한 대접이었다”고 전했다.
2011년 3월 주 선교사가 다시 찾았을 때 광영은 혼자였다. 모두 북송됐다고 했다. 주 선교사를 붙들고 애원했다. “제발, 저 좀 살려주세요.”
광영은 중국 단둥(丹東)의 은신처에서 생활하면서 몰라보게 밝아졌다. 다시는 굶지 않으려는 듯 늘 식판에 수북이 밥을 담았다.
박선영 이사장은 4일 주 선교사의 증언을 토대로 탈북 청소년 9명 중 유일하게 함흥 출신인 백영원(20)을 제외한 꽃제비 출신 8명의 참혹했던 시절 등을 소개했다.
문철(23)은 고아원에서 자랐고 3번을 탈북했다. 심성이 착해 꽃제비 시절 훔치거나 주워온 걸 다른 친구들에게 나눠줬다. 동상으로 오른쪽 발가락을 전부 잃었다. 문철과 함께 생활한 류광혁(19)은 지능이 낮은 편이라 문철의 도움이 없었으면 굶어 죽었을 것이라고 한다. 류철용(16)은 아버지도 꽃제비였다. 철용이 훔쳐오거나 주워오는 물건을 다 뺏고 폭력을 행사하는 아버지를 피해 탈북했다.
노정연(15·여)은 인신매매로 중국에 팔려가 성적 착취까지 당했다. ‘노애지’라는 이름으로도 불렸는데 애교가 많아 붙은 별명이었다.
박 이사장은 국제적 관심인물로 떠오른 백영원에 대해선 “다른 아이들에 비해 키가 크고 피부가 하얬고 그림을 무척 잘 그렸다”고 전했다.
윤완준 기자·워싱턴=정미경 특파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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