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너무 시끄럽게 살았던 것 같아요…
이젠 욕심 버리고 죽기살기로 뛰어야죠”

3일 경기 용인시 삼성트레이닝센터에서 만난 김승현은 “오리온스 구단과의 연봉 소송 때문에 돈만 밝히는 선수로 낙인찍힌 것 같아 신경이 많이 쓰였다”고 했다. 그는 12억 원의 연봉 소송 1심에서 이겼지만 코트 복귀를 위해 이 돈을 포기했다. 용인=이종석 기자 wing@donga.com
한때 잘나갔지만 지난달 그는 큰 폭의 연봉 삭감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연봉 4억 원(인센티브 포함)을 받던 그는 1억5000만 원에 1년간 삼성과 재계약했다. 재계약에 앞서 삼성은 자유계약선수(FA)로 풀어주지 않아도 됐던 그를 FA시장에 내놓았다. 굳이 붙잡을 생각은 없다는 사인을 보낸 것이다.
그는 “구단의 입장을 이해한다. 불만은 없다”고 했다. “지난 시즌에 아무것도 보여준 게 없잖아요. 당연히 연봉이 많이 깎일 줄 알았습니다.” 그는 지난 시즌에 목 디스크 수술과 재활로 전체 54경기 중 절반도 안 되는 23경기에만 출전했다. 성적은 평균 2득점, 2어시스트에 그쳤다. ‘매직 핸드’와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었다.
그는 은퇴할 생각을 버리면서 마음도 비웠다. “아무리 잘나가던 선수라도 대부분 내리막을 경험하다 은퇴하잖아요. 저라고 별 수 있나요. 나이를 감안하면 전성기 때 실력을 회복한다는 건 불가능하죠. 욕심을 버리고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뛸 수 있을 때까지 뛰면 된다고 생각해요.”
‘전성기 때 실력’이란 그의 말에 언제가 전성기였는지 물었다. “2004∼2006년 무렵인 것 같아요.” 그는 경기당 평균 두 자릿수 어시스트를 기록한 2004∼2005시즌에 이어 바로 다음 시즌에도 평균 9.4개의 어시스트를 배달하며 농구 인생에서 가장 주목받는 시기를 보냈다. 2001년 프로에 데뷔한 그는 이때까지 6년간 자신의 농구 점수로 100점을 매겼다. “그때는 내가 생각해도 신기할 만큼 마음먹은 대로 다 됐어요.”
하지만 그는 2007년 허리 디스크 부상으로 경기 출전 수가 줄면서 하향세로 돌아섰다. 오리온스 구단과의 연봉 이면 계약 사건이 불거지면서 2010∼2011시즌에는 임의탈퇴 선수로 아예 코트를 떠나 있었다. 2011년 12월 삼성 유니폼을 입고 코트로 돌아왔지만 목 디스크 부상이 또 발목을 잡았다.
“목 디스크는 운동을 하다 다친 게 아니에요. 의사가 스트레스가 원인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는 “연봉 문제로 오리온스 구단과 소송을 벌이는 동안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고 했다. 그는 부상과 소송 때문에 마음고생이 심했던 2007년 이후의 농구는 낙제에 가까운 65점으로 평가했다.
다가오는 시즌의 목표를 묻자 그는 “그런 것 없어요”라고 짧게 대답했다. “매년 몸이 달라지니까 언제까지 운동을 계속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출전 시간 욕심도, 득점이나 어시스트 욕심도 없어요. 마음을 비웠습니다. 코트 안에서 잡념 없이 최선을 다하다 보면 예전의 모습에 가까워질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 기대는 합니다.”
용인=이종석 기자 w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