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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전두환과 ‘1672억 전쟁’ 공감… ‘추징法’엔 온도차

입력 | 2013-06-05 03:00:00

■ 장남 재국씨 페이퍼컴퍼니 파장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전재국 씨가 조세피난처인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회사)를 설립해 역외탈세를 했다는 의혹이 드러나면서 여야는 4일 한목소리로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 은닉 의혹을 철저히 조사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전두환 추징법’의 6월 국회 통과를 강조한 반면 새누리당은 역외 탈세에 초점을 맞췄다.

○ 野 “전두환법 통과시켜야”, 與 “역외탈세 집중해야”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는 4일 국회 본회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정부는 해외 페이퍼컴퍼니 설립자 명단을 조속히 입수해 그 내용을 국민 앞에 낱낱이 공개해야 한다”며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성역 없는 조사를 통해 엄중히 의법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조세피난처를 이용한 탈세를 방지하기 위해 해외금융계좌 신고를 강화하고, 신고하지 않은 경우에는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역외탈세 조사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S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전두환 추징법’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전반적인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국민들이) 지켜봐 줬으면 한다”고 했다.

그러나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전두환 비자금’의 판도라 상자가 열렸다”며 “전두환 추징법을 6월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검찰과 국세청은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한다. 추징 시효 만료 시한인 10월까지는 얼마 안 남았다”고 말했다. 진보정의당 이지안 부대변인도 “이번 임시국회에서 전두환법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국회에 제출돼 있는 전두환법

전두환 추징법은 ‘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정식 명칭이다. 개정안은 추징이 확정된 뒤 추징금을 납부하지 않고 3년이 지날 경우 강제 추징 절차에 들어갈 수 있도록 했다. 그런데도 추징금을 납부하지 않으면 강제노역 등에 처하도록 했다. 또 불법 취득한 재산임을 알고도 증여나 양도를 받은 사람에게 추징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미납 추징금 1672억 원에, 추징 시효가 10월 10일까지인 전 전 대통령을 겨냥해 민주당 최재성 의원이 지난달 발의했다.

그러나 전 전 대통령에게까지 소급해 적용하는 것은 불소급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친인척에게 재산을 빼돌렸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도 쉽지 않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사무차장인 박주민 변호사는 MBC라디오에 출연해 전 전 대통령의 불법재산 징수의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 전두환 추징법 통과를 꼽으면서도 “전재국 씨의 역외탈세, 재산은닉에 대해서는 충분한 자료가 드러나 있지 않다”며 전 전 대통령 추징금 환수와 연결짓기가 쉽지 않음을 내비쳤다.

국회에는 전 전 대통령 재산 추징과 관련해 여러 건의 법안이 제출돼 있다. 지난해 민주당 유기홍 의원이 대표 발의한 ‘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특례법 개정안’은 전현직 대통령 등이 취득한 불법재산이 본인 외 제3자에게 귀속한 경우에도 몰수·추징이 가능하도록 했다. 민주당 김동철 의원은 소명이 안 되는 재산의 80%는 추징하는 내용의 ‘특정고위공직자에 대한 추징 특례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우원식 의원은 전 전 대통령에 대한 몰수·추징 시효를 2020년까지 연장하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개정안’을 발의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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