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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 “한수원 안전 테스트 못믿겠다”

입력 | 2013-06-05 03:00:00

[멈추지 않는 비리, 멈춰선 원전]원전 신뢰도 추락… 폐쇄 요구 잇달아




“비리가 터질 때마다 ‘이제는 끝이겠지’ 했어요. 신고리 1, 2호기까지 불량부품을 썼다니 원전 전체를 믿지 못하겠습니다. 당장 고리 1호기를 폐쇄해주세요.”

4일 오후 1시. 부산 기장군의 장안읍사무소 소회의실. 원자력규제 기관인 원자력안전위원회 이은철 위원장이 고리 1호기 주변의 주민들과 가진 긴급 간담회에서 박갑용 원전 비상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은 이렇게 목소리를 높였다. 고리 1호기는 1978년에 국내 최초로 상업운전을 시작한 노후 원전. 이 위원장은 “죄송하기 짝이 없고 낯을 들 수가 없다”며 고개를 푹 숙였다.

불량부품이 쓰인 원전의 가동이 중단된 가운데 원전이 있거나, 들어설 예정인 전국 각지에서 원전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자원빈국인 한국으로서는 원전을 확대해야 한다는 게 정부의 생각이지만 이번 사태로 원전에 대한 신뢰가 추락해 막대한 국가적 비용을 치러야 할 것으로 보인다.

고리 1호기는 2007년에 설계 수명(30년)이 끝났지만 2017년까지 가동을 연장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안전성을 정밀 진단하는 ‘스트레스 테스트’를 거쳐 부적합 판정이 나오면 가동을 중단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비리의 온상인 한국수력원자력이 실시하는 스트레스 테스트를 어떻게 믿겠느냐”며 벌써부터 가동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다른 지역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지난해 11월 설계수명이 끝나 계속 운전 여부를 심사 중인 월성 1호기에 대해 경주시민들은 원전 폐쇄를 요구하고 있다.

신규 원전이 들어설 강원 삼척의 ‘삼척핵발전소반대투쟁위원회’ 관계자도 “주민들은 안전 불감증에 빠진 정부와 한수원을 믿을 수 없다”며 “원전 예정구역 고시를 당장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삼척은 올해 1월 원전 건설 예정구역으로 고시됐다.

전력당국인 산업부는 난감해하는 분위기다. 원자력은 국내 전력 공급량의 29.8%(2012년 기준)를 차지한다. 산업부 관계자는 “앞으로도 경제성이 높은 원전의 비중을 늘리는 게 불가피하다”며 “원전 정책의 당위성을 어떻게 국민들에게 설명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산업부에 따르면 전기 1kWh(킬로와트시)를 만드는 비용은 석탄이 53원, 액화천연가스(LNG)는 155원, 석유는 250원인 데 비해 원자력은 27원으로 가장 싸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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